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19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뮌헨/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가 깊어가는 가운데 열린 제58차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중국·러시아가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다만,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는 보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법치보다는 강자의 지배를, 협력보다는 강압을 선호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규칙을 새로 쓰려는 시도를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유럽연합 주재 중국 사절단의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낸 자료에서 “중국을 비난하고 이른바 ‘중국 위협’을 부추겨 이목을 끈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진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자기들의 이념과 제도를 강요하고, 가치가 다른 국가 간 대결을 부추기는 냉전적 사고는 대화와 협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지난 1963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간 연례 안보 협의체로 출범했지만, 냉전이 끝난 뒤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참석해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지난 18일 개막한 이번 회의에 러시아는 불참했다.
앞서 왕 부장은 지난 19일 화상 연설에서 “모든 나라의 주권·독립· 영토를 보전하는 것은 유엔 헌장에 따라 만들어진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중국은 이같은 원칙을 수호해왔으며, 우크라이나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중국의 입장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의도적 과장이자 왜곡”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것에는 중국 역시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왕 부장은 그와 함께 지난 4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나온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재차 거론하며, 나토 확장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해했다. 그는 “냉전은 오래 전에 끝났으며, 냉전의 산물인 나토는 시대 변화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며 “나토가 동쪽으로 계속 확대되는 것은 유럽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동서를 잇는 소통의 교량 구실을 해야지, 열강 간 대결의 최전선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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