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안개가 자욱한 홍콩 중심가 빅토리아 공원 부근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천명대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 속에 홍콩에서도 ‘중국식 봉쇄관리’ 조치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하루 홍콩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2천명을 넘었다. 이날 모두 2071명이 새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1347명 확진 판정에 이어 큰 폭으로 다시 확진자가 늘었다. 홍콩에서는 이달 초 하루 환자가 100명을 기록한 이후 연일 가파르게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신문은 “방역당국은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중국 국영 시노백의 백신 접종 가능 연령을 3살까지 낮췄다”고 전했다.
홍콩 방역 당국자는 신문에 “병원의 대응 능력이 한계점을 넘어섰다. 격리시설도 이미 만원인 상황이다. 상황 악화에 따라 일부 공공병원 추가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린이 노인 중증환자를 위한 격리병상 확보에 나서는 한편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층 경증 환자는 재택치료로 돌리는 등 대응 능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존 리 정무사장(부총리 격)을 비롯한 홍콩 고위당국자들이 지난 11일 광둥성 선전을 방문해 중국 중앙정부 방역당국 쪽과 대책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정무사장은 “광둥성 쪽과 5개 공동 태스크 포스를 꾸려, 병원체 검사와 격리시설 건설, 마스크 등 보호장구와 방역용 의약품 공급 등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다음 주 초까지 부지 선정 등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할 임시 병원 건설 관련 계획을 확정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0년 1월 말 코로나19 발생 직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보름 남짓 만에 건설을 마치고 2500병상을 확보한 훠선산·레이선산 병원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 내부에선 ‘제로 코로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중국 본토식 전면봉쇄 조치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 당국 쪽은 “현재로선 도시 전체를 봉쇄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주민 전수 검사를 위한 거주지별 이동 금지령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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