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숨을 고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엔(UN) 총회 결의에 따라 28일부터 ‘올림픽 휴전’ 기간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5일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러시아 쪽에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보도는 중-러 관계에 대한 모욕이자 도발”이라며 “중-러 관계를 이간질 하고, 양국의 상호 신뢰에 도전하려는 어던 시도도 헛수고 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 외교 소식통의 말을 따 “올해 3연임에 도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올림픽에 집중돼야 할 관심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할 때 올림픽 기간에 침공을 자제해줄 것을 부탁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추정의 근거는 지난해 12월6일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스포츠와 올림픽 정신을 통한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건설’(올림픽 휴전) 결의에 따른 것이다. 모든 회원국은 올림픽(2월4일~20일) 1주일 전인 28일부터 패럴림픽(3월4~13일) 폐막 1주일 뒤인 3월20일까지 ‘적대행위’를 멈춰야 한다. 왕원빈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림픽 기간에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지속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올림픽 휴전 결의의 정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각국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미국과 같은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역시 이 결의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럼에도 자오 대변인이 보도 내용을 강력 부인한 것은 철저한 ‘중립’을 지켜온 중국의 기존 입장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자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며, 변함이 없다”며 “관련 당사국의 안보 관심사를 공정하게 다루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차이를 극복하고, 세계 차원에서 전략 균형과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갈등의 두 당사자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한 중국의 가장 든든한 전략적 우군이고, 4일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중국-우크라이나 관계는 경제·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긴밀히 얽혀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지난해 6월 펴낸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 수입의 14.4%와 수출의 15.3%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최대 단일 교역상대국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흑해 연안을 통해 서유럽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구성 부분으로, 현지 도로·교량·철도·공항 건설에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자된 상태다. 그 때문에 2014년 3월 크림반도 합병 때와 달리 러시아도 이번엔 중국의 전면적 지지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가기”로 재차 확인했다.
중국에선 올림픽 개막을 전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중-러 정상 간 화상 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올림픽 휴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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