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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폐간 <시티즌 뉴스> 주필 “언제든 불법으로 몰릴 수 있는 게 두려웠다.”

등록 2022-01-04 16:32수정 2022-01-05 02:31

크리스 융 주필 “논평·기사도 선동죄 적용 가능”
“언론의 취재·보도 언제든 처벌 위험에 노출 돼”
<입장신문>과 함께 ‘손 봐줄 매체’로 지목돼
전문가 “언론자유 위축…비판 논평 삼가게 돼”
지난 2016~21년 홍콩기자협회 회장을 지낸 크리스 융 &lt;시티즌 뉴스&gt; 주필이 3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지난 2016~21년 홍콩기자협회 회장을 지낸 크리스 융 <시티즌 뉴스> 주필이 3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빈과(핑궈>일보>와 <입장신문>에 이어 불과 6개월 남짓 만에 세번째로 홍콩 매체 <시티즌 뉴스>가 폐간을 결정한 것은 언제든 불법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의 마구잡이식 탄압 속에 꽁꽁 얼어붙은 홍콩 언론계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새삼 일깨워준다.

4일 폐간한 <시티즌 뉴스> 창간을 주도했던 크리스 융 주필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전격적인 폐간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공안당국의 잣대가 지나치게 모호해 상당수 논평과 기사가 선동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입장신문>에 대한 경찰의 탄압이 폐간 결정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새 취재·보도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84년 홍콩을 대표하는 영자자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융 주필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전후로 한 정치적 격변기를 현장 취재하며 언론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입사 25년여 만인 2009년 경제 전문매체 <신보재경신문> 영문판 제작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홍콩기자협회 회장에 선출됐고, 2016년 <명보> 등 홍콩 주류 매체 출신 베테랑 기자 10명과 오랜 준비 끝에 이듬해 1월1일 <시티즌 뉴스>를 창간했다.

융 주필은 “현재 홍콩은 여러 측면에서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언론의 자유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불분명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인이 취재·보도활동 과정에서 언제든 처벌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매체 운영을 중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홍콩 공안당국은 지난달 29일 ‘출판물을 이용한 선동 모의’ 혐의로 패트릭 람 <입장신문> 편집국장 권한대행과 청푸이콴 전임 편집국장 등 7명을 체포하고, 이 매체 편집국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안당국이 운영자금 등 자산까지 동결시키자, <입장신문>은 당일 오후 즉각 폐간을 선언했다. 람 대행과 청 전 국장은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러자 <시티즌 뉴스>도 2일 “위기의 시기에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4일부터 매체 운영을 중단한다”며 폐간의 길을 택했다. 40여명에 이르는 기자와 직원은 모두 해고됐다. 홍콩 공안당국은 지금까지 <시티즌 뉴스>를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친중파 진영에선 ‘손을 봐줘야 할 매체’로 <입장신문>과 함께 <시티즌 뉴스>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왔다.

범민주 진영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온 매체들이 줄줄이 폐간하며, 파장은 홍콩 언론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인미디어 홍콩> 창업자인 입람퐁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창간 초기엔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재정적인 이유로 오래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엔 친중 성향이 아닌 모든 매체가 언제든 폐간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 리 홍콩중문대 교수는 신문에 ”선동죄를 규정한 법 조문이 대단히 모호하기 때문에 언론계 전반에 위축효과를 주면서 언론의 자유가 침식당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공안당국이 법 적용의 잣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언론인들은 취재·보도를 할 때마다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연스레 비판적 논평을 삼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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