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의원 선거가 치러진 19일 오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내 한 투표소에서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입법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가 19일 오전 시작됐다. 지난 3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건 선거법 개정 이후 범민주 진영이 철저히 배제된 채 치러지는 첫 선거여서 최종 투표율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30분 투표가 시작된 이후 5시간 만에 참여 유권자가 64만3천여명을 넘어서면서 잠정 투표율은 14.4%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2016년 입법의원 선거 당시 같은 시간대 기록한 잠정 투표율 15%(투표자 56만6천여명)을 살짝 밑도는 수치다. 당시 최종 투표자는 약 220만명, 투표율은 58%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3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걸고 선거법을 고치면서, 기존 70명이던 입법의원이 9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지역구 의원은 35명에서 20명으로 되레 줄었다. 직능별 비례대표 역시 기존 35명에서 30명으로 축소됐다.
반면, 기존에 행정장관 선거인단 구실만 했던 선거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입법의원 40명 지명권까지 부여했다. 특히 행정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인 국가안전위원회가 후보자의 ‘애국심’과 ‘준법의식’ 등 출마 자격을 심사하도록 해 범민주파 정치인의 출마가 제도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홍콩 범민주 진영 일각에선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투표 거부’와 무효표를 늘리기 위한 ‘백지 투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의 부당성과 비민주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처다. 홍콩 공안당국이 투표일에 앞서 이들 행위를 독려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나른 혐의로 10명을 체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크리스 탕 보안국장은 “홍콩판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홍콩 전역 630곳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선거 업무 담당자 4만명여명이 배치됐다. 또 경찰 1만여명이 투표소 주변과 시내 곳곳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투표는 밤 10시30분에 마감된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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