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에 자리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본사 모습.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예고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위험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중국 당국도 사태 개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여서, 헝다가 채권자들과 만기 연장 등 채무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블룸버그>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헝다 쪽은 전날 밤 공고를 내어 국영기업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위험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따 “헝다가 공모 채권과 사채, 역외 채무 등을 포함한 채무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헝다 쪽은 애초 지난달 6일까지 지급했어야 할 달러화 채권 2건에 대한 이자 8249만달러(약 971억원)을 30일 유예기간이 끝난 전날에도 갚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헝다가 위험관리위원회를 꾸린 것은 미래의 위험을 경감·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헝다의 요청에 따라 광둥성 정부가 실무팀을 파견한 것은 채무조정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채무조정 대상에는 헝다 계열사인 징청(시너리저니)이 발행한 공모 채권과 헝다가 보증을 선 관계사 쥐샹(점보포춘)이 발행한 2억6천만 달러 채권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쪽 자료를 따 “헝다의 채무조정을 위해선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유지·관리하게 될 당국과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후속자금을 조달할 국내 채권단 간 협상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은 헝다의 경영이 안정화하면 역외 채권자와 채무조정을 위한 논의에도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헝다 쪽은 지난 3일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경고하는 공시를 내고, “채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역외 채무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헝다의 총부채는 역외 발행 달러화 채권 192억달러(약 22조6천억원)을 포함해 모두 1조9665억위안(약 36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당국은 헝다가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내비친 직후 업체 본사가 있는 광둥성 정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사태 개입에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6일 “광둥성 정부가 헝다에 실무팀을 투입한 것은 부채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위험을 해소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헝다 문제 처리를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 시작됐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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