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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서훈 만난 양제츠 “종전선언 추진 지지”…4자 협의 성사될 수 있을까

등록 2021-12-03 16:05수정 2021-12-04 02:30

청와대 “양 정치국원이 텐진 회담에서 발언”
원론적 발언…중국 참여까지는 과정 남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일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톈진/공동취재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일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톈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중국 쪽이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미 간에만 진행돼온 논의에 중국이 동참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중 4자 간 협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오후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만찬을 겸해 5시간35분 남짓 진행한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한국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을 지지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 쪽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쪽은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남북관계 증진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 쪽도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종전선언은 지난 68년간 지속돼 온 ‘기술적인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정리하는 본질적 측면이 있고, 종전선언 논의를 통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 등 두가지 의미가 있다”며 “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의 유용성 측면에 대해 설명했고, 이에 대해 양 정치국원이 공감하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양 정치국원이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지만, 중국이 관련 논의에 ‘참여’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치국원은 “종전선언 논의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한 언급이 없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간의 과정과 취지를 설명했을 뿐, 우리 쪽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에 구체적 요청을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간 협의 중인 종전선언 문안과 관련해선 “지금 (중국 쪽과) 문안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종전선언 논의 진전을 전제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전후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두고도 “그 문제를 논의할 상황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북-중 간에도 종전선언을 두고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 앞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지난달 30일 정현우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를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중 양쪽이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면담에선 북-중 양국 간 현안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을 뿐 종전선언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한-미 간 조율이 거의 막바지에 들어갔고 북한에 제안하기 전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특히 12월 하순에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 한-중 간 지지와 협조의 모습을 보인 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연말 연초에 노동당 회의를 열어 대외정책 등 주요 정책을 조율·결정했던 만큼 이를 앞두고 한-중이 발신한 메시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정부 쪽에서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을 거의 마치고 이견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에 제안할 시기와 방식을 포함해 제안 이후 행보까지 협의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적인 상황이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 등 북한 내부 정치 동향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분명히 북한한테도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톈진/공동취재단, 정인환 특파원 김지은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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