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 과도정부의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과 접촉해 “미국과 유럽에 제재해제를 독촉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는 밝히면서도 탈레반과 거리를 두려는 미국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지역 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자료를 내어 왕이 부장이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 과도정부 부총리와 회담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현재 아프간이 직면해 있는 인도주의적 곤란을 중시하며, 미국과 서구에게 제재를 해제할 것을 독촉하고 있다. 아프간이 건전한 발전의 길에 나서는 것을 돕기 위해 아프간과 접촉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능력 범위 내에서 인도주의 물자를 지원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왕이 부장은 나아가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정한 국제 테러조직이라 지적하며 아프간이 이들과 거리를 둘 것을 요구했다.
바라다르 부총리는 중국이 지원의 뜻을 밝힌 데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아프간은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려 하며 교육과 노동의 권리를 빼앗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의료나 공항 등에선 여성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라다르 부총리는 미국과 탈레반이 체결한 2020년 2월 ‘도하 평화협정’을 주도한 인물로 탈레반 내의 대표적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이 아미르 간 무타기 과도정부 외교장관과도 회담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주요 20개국(G20)은 지난 12일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아프간에게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원조는 독립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제공되어야 하고, 탈레반에게 직접 지원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내어 “각국 정상들이 독립된 국제조직을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직접 인도지원을 실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도 탈레반과 접촉했지만, 미 국무부는 이 회담의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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