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2일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의 상하이 사옥 앞에서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최악의 유동성 위기로 내몰린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자구 노력이 벽에 부딪혔다. 주요 자회사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주말로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 시한을 맞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헝다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헝다 쪽과 자회사 지분 매각 협상을 벌여온 경쟁업체인 허성촹잔(홉슨개발)은 전날 밤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매각 협상이 종료됐다. 합의했던 거래가 예정대로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매각 협상 개시와 동시에 거래가 중단됐던 헝다 주식은 이날 거래가 재개되면서, 장 초반부터 폭락세를 보였다.
앞서 허성촹잔 쪽은 1일 헝다의 주력 자회사인 부동산 업체 헝다물업의 지분 50.10%를 매입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1주당 3.70홍콩달러씩 모두 약 200억 홍콩달러(약 3조29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애초 거래 완료 예정일로 설정한 지난 12일을 넘기고도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물업도 별도 공시를 통해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며 “허성촹잔이 지분 매각의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헝다 쪽은 ‘전제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허성촹잔 관계자의 말을 따 “지분 매각 대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헝다 쪽은 매각 대금을 즉각 지불을 요구한 반면 허성촹잔 쪽은 경영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이후 지급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50조원대의 막대한 부채를 진 헝다는 지난달 23일 액면가 20억3천만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8350만달러(약 981억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채무 불이행 위기로 내몰린 상태다. 채권 발행 당시 계약에 따라 설정된 ‘이자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 간의 유예 기간’도 종료일인 23일을 코 앞에 둔 상황이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은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지난 16일 “자금 조달이 급한 헝다 쪽은 지난 8월부터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를 근거지로 한 국유 부동산 업체 웨슈와 26층 규모인 홍콩 사옥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웨시우 쪽이 17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헝다는 전기차 자회사인 헝다자동차와 이 업체가 인수한 스웨덴 자동차 업체 등도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 협상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23일까지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 신용평가회사들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중국 전역 70개 도시에서 6년 만에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3분기 경제 성장률 둔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헝다의 ‘파산 임박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헝다발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진 않을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헝다가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는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달러 채권은 디폴트가 되더라도 중국 국내의 혼란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디폴트가 되더라도 중국의 채무 정리절차에 따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며 “중국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 가며 보유자산의 매각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류허 부총리도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권 행사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이란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일부 개별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위험은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