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에 자리한 트럭공장에서 노동자가 중형 트럭 엔진을 살피고 있다. 항저우/AFP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한 기저효과가 소진되면서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 둔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전력난 속에 에너지 값 인상 등 복합적인 경기 위축 요인이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올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세 차단 이후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3분기와 같은 수치다. 이날 발표를 앞두고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이 시장의 예측을 반영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5.0%와 5.2%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격한 경제 위축 속에 지난해 1분기 -6.8%를 기록했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이에 따른 기저효과와 강력한 경기 회복세로 올 1분기 역대 최고치인 18.3%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저효과가 주춤해진 2분기에 7.9%로 절반 이상 성장률이 낮아진 데 이어, 3분기에도 성장 둔화세가 이어졌다.
성장률 둔화세가 이어진 것은 최근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력공급 부족 사태와 에너지 값 상승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 정보통신 분야와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각종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푸링후리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불안정하고 불균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9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1%로 나타나, 8월 증가율(5.3%)보다 낮아졌다.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 기저효과가 최대치였던 지난 1~2월 35.1%를 기록한 뒤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인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1~9월 7.3%를 기록해, 역시 1~8월 증가율(8.9%)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중추절(추석) 연휴와 10월 초 국경절 연휴를 앞둔 소비 증가세의 영향으로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8월(2.5%)에 견줘 1.9%포인트 높아진 4.4%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따 “향후 경제 성장률 통계가 지속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정책 당국이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인프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부동산 규제 등의 정책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 IMF)는 지난 12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4월 8.1%로 예상했던 중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주요 30개국(G-30)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사태와 관련해 “일부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와 이해 당사자들의 권리와 이익은 법에 따라 충분히 존중될 것”이라며 “관련 법령은 채권 우선변제 순위와 관련해서도 분명하게 밝혀놨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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