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12일 천안문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희생자들의 고통스런 모습을 기둥 형태로 형상화한 조각상 ’치욕의 기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대가 교내에 설치된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진압 희생자를 기리는 조각상을 철거하겠다고 하자, 작품을 제작한 조각가가 회수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4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천안문 희생자 50명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기둥 형태로 형상화한 8m 높이의 콘크리트 조각상인 ‘치욕의 기둥’(1996년)을 제작한 덴마크 조각가 옌스 갈시외트는 홍콩대 쪽에 작품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임의로 철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갈시외트는 작품의 안전한 회수를 위해 홍콩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홍콩대 쪽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우려에 따라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지난 1997년 교정에 설치된 ‘치욕의 기둥’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을 설치한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 관계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13일 오후 5시까지 회수하지 않으면, 조각상을 방치한 것으로 알겠다”고 통보했다. 1990년부터 해마다 6월4일 천안문 유혈진압 희생자 추모를 위한 촛불집회를 이어온 지련회는 홍콩 공안당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지난달 말 자진 해산한 바 있다.
갈시외트는 <아에프페>(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내 소유권이 존중되기를 바란다. 작품에 손상이 없도록 안전하게 조각상을 철거해 홍콩 밖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현지 당국이 작품을 파괴한다면 홍콩인 모두가 부서진 ‘치욕의 기둥’의 한조각 한조각을 모아낼 것”이라며 “그 조각들은 ‘제국은 사라져도 예술은 남는다’는 상징적 선언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콩대는 성명을 내어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관련 당사자들과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각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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