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쪽 중국-인도 국경지대인 아루라찰 프라데시 주의 붐라 지역에 양국 우호를 강조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붐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히말라야산맥 국경지대에서 유혈충돌까지 벌였던 중국과 인도 간 고위급 군사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회담 직후 양쪽이 상대방을 겨냥해 날 선 비난을 퍼부으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과 인도는 지난 10일 국경 분쟁을 해결을 위한 제13차 군단장급 회담을 열었지만, 9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은 전날 서부전구사령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중국은 대국적 관점에서 국경 정세 완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성의를 보였지만, 인도 쪽이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지속해 협상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권 수호를 위한 중국의 결의는 흔들림이 없다. 인도 쪽은 정세를 오판하지 말고, 어렵게 얻는 현 국경 정세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부전구 소속 신장군구는 이날 해발 5000m인 카라코람 산맥 지역에서 탱크 등을 대거 동원한 기갑여단 훈련을 진행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국경 문제와 관련해 인도 쪽이 몽유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가 꿈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인도가 뭐라고 하든 중국의 영토는 중국에 속하며, 국경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최선이지만 상황 악화에 대비해 군사적 대응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쪽에선 “중국이 양쪽 간 이룬 합의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은 인도 국방부 대변인의 성명을 따 “이번 회담에서 인도 쪽은 국경 분쟁 해결이 양국 관계 진전을 촉진시킬 것이란 점을 강조하며 건설적 제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중국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제안도 내놓지 않았고, 결국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1962년 국경 분쟁으로 한달여 전쟁까지 치렀음에도 중국과 인도는 약 3488㎞에 이르는 광대한 국경지역의 경계를 획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중국 쪽 악사이친과 인도 쪽 라다크에서 자국군이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지역(실질통제선)을 사실상 국경으로 여기고 순찰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국경지대 일대에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이에 맞서 인도 역시 이 지역에 도로와 비행장 등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갈등이 고조됐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엔 라다크 지역 갈완계곡 부근에서 몽둥이와 쇠막대기 등으로 무장한 양국군 수백명이 유혈충돌을 벌여, 1975년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양국군은 전투기와 탱크를 비롯해 각종 중화기를 집중 배치하는 등 위기감을 키웠지만, 협상 끝에 올 2월 라다크 지역의 판공호수 일대 최전선에 배치됐던 양국군이 전면 철수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어진 고위급 군사회담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난 7월께부터 양쪽이 다시 국경지대로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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