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은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연내 화상 양국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AFP 연합뉴스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충돌과 대결을 피하기로 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쪽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중은 올해 안에 양국 정상 간 화상 정상회담을 열자고 합의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7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양국 관계와 공통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전면적이고, 솔직하며,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회담은 건설적이었으며, 상호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양쪽은 지난 9월10일 양국 정상 간 이뤄진 통화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며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갈등 관리를 위한 조처를 취하고, 충돌과 대결을 피하고, 공통 이익을 추구하고, 중-미 관계가 다시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 노력을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양 정치국원은 회담에서 “중-미가 양국 관계를 잘 관리할 수 있느냐 여부에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과 장래 세계의 명문이 걸려 있다”며 “중-미 협력은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이익이 되지만, 중-미가 대결하면 양국은 물론 세계 모두에 엄중한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중-미 관계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중시하며,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을 의사가 없으며 ‘신냉전’을 부추기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한다”며 “미국은 양국 관계가 서로 보탬이 된다는 점을 깊이 새기고, 중국의 대외정책과 전략적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경쟁’이 중-미 관계의 미래를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양 정치국원은 대만·홍콩·신장·티베트·남중국해·인권 등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며 “미국 쪽에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존중하고 앞서 언급한 문제를 이용해 중국 내정을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쪽은 자료를 내어 이번 회담의 목적에 대해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미-중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후속 조처”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세계적 차원의 문제 대응을 위해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언급했으며, 양국 관계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며 “인권과 신장, 홍콩과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한 중국의 행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은 양국 간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미-중 고위급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6시간여에 걸친 회담에서 양쪽은 올해 안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화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의 방식과 의제에 대해선 양쪽이 후속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말을 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깊이 있는 논의였다”며 “지난 3월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고위급 전략대화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향후 미-중 경쟁 격화 속에 발생할 수 있는 ‘오판’을 피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