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약 45km 떨어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미군이 지원한 엠아이(MI)-17 헬리콥터를 아프간 육군 항공대 조종사가 착륙시키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최대 기지이자 작전 운용의 심장부였던 바그람 공군기지가 중국 쪽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실화하면 격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 ‘미국의 실패’를 부각시키는 상징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8일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이하 <유에스뉴스>)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군당국은 향후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따른 해외 투자계획과 관련해 바그람 기지에 노동자와 병력, 지원인력 등을 파견하는 문제를 두고 타당성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약 45㎞ 떨어진 바그람 기지는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 주둔 미군의 최대 기지였다. 지난 1979년부터 아프간과 10년 전쟁을 벌였던 옛 소련군도 바그람 기지를 근거지로 삼았었다. 미군은 철군을 앞둔 지난 7월2일 해당 기지의 지휘권을 아프간 정부군에 넘겼으며, 지난달 15일 아프간군의 항복으로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갔다.
<유에스뉴스>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따 “중국의 바그람 기지 진출이 임박한 것은 아니며, 현실화하더라도 최대 2년여가 소요될 것”이라며 “또 기지를 통째로 장악하는 것보다는 탈레반 정권의 초청에 따라 필요한 인력과 장비 등을 보내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매체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 중국은 미국이 바그람 기지에 남기고 간 것들을 기꺼이 손에 넣으려 할 것”이라며 “바그람 기지 진출을 통해 중국은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거점 마련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중국의 바그람 기지 장악을 처음 경고한 것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바그람 기지와 관련한 중국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아프간에서 파키스탄과 협력해 인도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도 매체 <파이오니어>가 지난 6일 “탈레반이 미군이 사용했던 바그람 공군기지는 중국 쪽에, 칸다하르 기지는 파키스탄 쪽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매체는 내부 소식통의 말을 따 “파키스탄 공군 소속 항공 기술진이 칸다하르, 바그람, 카불 등 5개 공군기지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다”며 “중국 쪽도 탈레반 고위급과 접촉해 바그람 공군기지 사용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안보 관련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이 아프간에 두고 간 각종 항공기와 헬리콥터는 200여대에 이른다”며 “탈레반이 중국-파키스탄과 협력을 하게 되면 미군이 남기고 간 군사장비가 중국 쪽으로 넘어갈 수 있고, 중국이 이를 분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자국 국방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가짜 뉴스일 뿐”이라고 말을 잘랐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