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중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서 불거진 사내 성폭행 사건 가해자에게 구류 15일 처분이 내려졌다.

7일 <신경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 발생지인 중국 동부 산둥성 지난시 화이인 공안분국은 전날 밤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인민검찰원이 용의자 왕에 대한 구속을 비준하지 않아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또 “치안관리처벌법 44조 규정에 따라 왕에게 구류 15일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리바바 본사 직원인 피해자는 지난달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사 직속 상관인 왕 등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회사 쪽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고, 알리바바 쪽은 뒤늦게 가해자를 해고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애초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도 피해자를 간단히 조사한 뒤 풀어줬던 지난시 공안당국도 재수사에 나섰고, 지난달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피해자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지난 7월27일 출장 길에 협력업체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음주를 강요당해 의식을 잃었고, 가해자 왕과 협력업체 임원 장이 각각 피해자의 객실에 무단 침입해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시 화이인구 인민검찰원 쪽은 전날 “용의자 왕의 강제추행 행위가 범죄를 구성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구류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 온 왕은 이날 새벽 석방됐다. 또 다른 가해자인 장은 지난달 25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가해자가 정식으로 기소되지 않고, 구류 처분만 받고 석방됐다는 소식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기사엔 “강제추행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범죄’가 아니란 검찰 쪽 주장은 납득이 어렵다”거나 “위법하나 불법은 아니란 것이냐”는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가해자 왕의 부인인 이의 행태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편이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술김에 충동적으로 유혹에 넘어간 것이 범죄는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남편 구명운동을 펼쳐왔다. 피해자에 대해 “모함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그는 왕이 석방된 직후 “고소 여부를 남편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