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군을 마친 아프간 수도 카불의 거리에서 탈레반 요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마치면서 향후 중국과 대테러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31일 “미-중 경쟁 심화 속에 아프간 전후 재건·복구와 관련해선 양국이 협력하기 어렵겠지만, 공통 관심사인 대테러 분야에선 협력의 여지가 충분하다”며 “특히 아프간이 다시 국제 테러조직의 온상이 된다면, 미-중이 협력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 외교부장은 탈레반의 카불 입성 이후 향후 아프간 정세와 관련해 두차례(16일·29일) 전화통화를 한 바 있다. 미-중 모두 탈레반 쪽에 “테러 조직과 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미국 쪽이 국제사회의 공조와 제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중국 쪽은 탈레반 실체 인정과 안정화를 앞세운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탈레반이 아프간 정국을 장악한 이후 국제사회가 원조와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이미 아프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며 “탈레반 내부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번져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01년 9·11 동시테러 직후에도 정보 공유 등 대테러 공조에 나선 바 있다. 미 국무부가 지난 2002년 8월 위구르족 무장조직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도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관련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테러단체 지정 직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위구르족 테러 용의자를 중국 쪽이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0월 “지난 10여년동안 실제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단체를 테러단체 목록에서 삭제했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왕이 중 외교부장이 지난 29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한 통화에서 미국의 ‘이중잣대’를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6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이 단체 조직원 수백명이 아프간 북동부 바다흐샨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지난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를 규탄하며, 탈레반 쪽에 아프간 출국자 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결의안을 30일(현지시각) 채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양국은 미국의 성급한 철군으로 인한 혼란을 비판하며, 결의안에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을 테러단체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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