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베이징 사옥 앞에 회사 로고가 설치돼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사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후폭풍이 거세다.
9일 <중국청년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알리바바 여성 직원 1명이 지난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사 직속 상관이자 계열사 임원인 왕아무개한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회사 쪽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음에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자 직접 증언에 나선 것이다.
그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지난달 27일 산둥성 지난 출장길에 가해자의 강권에 못 이겨 거래처 고객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식사 도중 음주를 강요당했고, 결국 의식을 잃게 됐다. 이 자리에서 거래처 고객이 그를 성추행했다.
그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숙소로 이동했으며, 이튿날 깨어난 뒤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호텔 내부 폐쇄회로 카메라(CCTV) 확인 결과, 회사 임원인 가해자는 전날 밤 모두 4차례 피해자의 방을 드나들었다. 피해자는 즉각 공안당국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조사를 받은 뒤 24시간 만에 풀려났다.
피해자는 이같은 사실을 회사 쪽에도 알리고 가해자를 직무에서 배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 쪽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난 6일 저장성 항저우 본사의 구내 식당에서 피해사실을 담은 전단지를 돌리고, 동료들에게 직접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회사 쪽 보안요원이 그를 막고 나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알리바바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결국 장용 알리바바 회장은 8일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을 사과문을 냈다. 알리바바 직원 6천여명도 내부망에 공개 성명을 내어 회사 쪽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며, 피해자 보호 등 후속 조처를 요구했다.
사태가 커지자 알리바바 쪽은 가해자를 해고했고, 인사 담당 등 관련 임원 2명이 사임했다. 지난 공안당국은 성폭력 가해자는 물론 성추행 혐의가 있는 거래처 고객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 장 회장은 이날 오전 내부망을 통해 △사내 성범죄 전담 신고 채널 가동 △외부 전문가와 직원 대표 참여하는 ‘성범죄 대응 행동 준칙’ 제공 △직원 대동 음주문화 척결·음주 동석 거부할 권리 인정 등의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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