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항에 착륙한 C-130 수송기. 대만 연합보 연합뉴스
미국의 외교 대표부 구실을 하는 대만주재미국협회(AIT) 관련 항공기가 잇따라 대만에 도착하면서 중국 쪽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대만 <자유시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전 필리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을 출발한 미국협회 쪽 전세기가 낮 12시14분께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 전세기는 미 공군의 주력 수송기인 C-130을 민간용으로 개조한 기종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전세기의 ‘임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로 부임한 샌드라 아우드커크 미국협회장에게 전달될 물품을 싣고 왔으며, 지난 15일 이임한 브렌트 크리스텐슨 전임 협회장의 개인 물품을 실은 뒤 1시간 남짓만에 이륙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민진당 소속 왕딩위 입법위원의 말을 따 “전세기에 실린 물품은 모두 ‘외교 행낭’에 속한다”고 전했다.
미국협회 관련 미국 항공기가 대만을 찾은 건 이달 들어 벌써 두번째다. 지난 15일에도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군 C-146 울프하운드 수송기가 오전 9시32분께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바 있다. 울프하운드는 미 특수전사령부의 주력 수송기로 알려져 있다. <자유시보>는 당시 “수송기에는 지난 12일 대만에 도착해 2주간의 의무 격리에 들어간 아우드커크 협회장에게 전달될 물품을 싣고 왔으며, 하역을 마친 직후인 10시6분께 바로 이륙했다”고 전했다.
중국 쪽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민간용으로 개조한 군용기가 다시 대만에 착륙한 것은 미국 쪽의 ‘살라미 전술’식 도발이자, 대만 분리독립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행위”라며 “중국 쪽은 미군기의 대만 착륙이 일상화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미국협회 쪽이 민간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해도, 해당 항공기가 군용기를 개조한 기종이란 점 자체가 도발적”이라며 “일부에선 해당 항공기가 미 중앙정보국(CIA) 쪽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울프하운드 수송기의 대만 착륙과 관련해 성명을 내어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국 영토에 착륙하는 외국 군용기는 반드시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미국이 불장난을 멈추지 않으면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육·해군은 이튿날인 16일 대만해협과 맞닿은 동부 푸젠성에서 대규모 합동 상륙작전 훈련을 벌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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