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에 자리한 차량 공유기업 디디츄싱 본사 모습.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를 통한 기업공개로 40억달러(약 4조5100억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 조달에 성공한 중국 최대 차량 공유기업 디디추싱이 당국의 전격적인 보안조사를 받게 됐다.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독점 의혹으로 규제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은 반면, 디디추싱의 조사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 쪽은 지난 2일 저녁 공식 누리집을 통해 “국가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보안법과 사이버안전법에 따라 사이버안전심사판공실이 디디추싱에 대한 사이버 안전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안전 심사에 따른 위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심사 기간 동안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 가입은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해 11월 초 알리바바의 핀테크(온라인 금융 서비스)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전격 중단시킨 데 이어, 반독점과 금융안정 등을 내세워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거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실제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 4월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알리바바 쪽에 182억위안(약 3조1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디추싱에 대한 ‘안전 심사’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근거 법령도 국가보안법과 사이버안전법 등으로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다. 사태 추이에 따라 회사의 존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격적인 보안 조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2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디디추싱의 주가는 전날보다 11% 폭락한 채 거래를 시작해, 5.3% 하락한 15.5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12년 창업 이후 중국 최대 차량 공유기업으로 성장해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운전기사 1300만여명과 회원 3억7700만여명과 관련된 운행기록과 위치정보 등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안전 심사’의 이유로 ‘국가 사이버 안보 위협 대비’를 내건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업계 일각에선 “디디추싱이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민감하다고 여길 만한 데이터를 미국 쪽에 넘겨준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란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디디추싱 쪽은 즉각 “국내 사용자 데이터는 국내 서버에 보관한다”며 이를 반박한 바 있다.
중국 규제당국의 사이버 안보 심사는 ‘중요한 정보 인프라 보호’를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된 제도다. 통상 업무일 기준으로 30일 동안 진행되며, 복잡한 사안에 대해선 15일 간 조사를 연장할 수 있다. 디디추싱으로선 업무일 기준 최대 45일 동안 신규 회원 가입 중단으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따 “데이터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중국 규제당국이 거대 기술기업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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