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5일(현지시각) 수많은 시민들이 유권자 매수 의혹 등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항의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비슈케크/AP 연합뉴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항의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총선에서 유권자 매수 등 부정선거가 치러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도 비슈케크에서 5일 5000명이 참여하는 항의시위가 열렸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평화롭게 시작된 시위가 격화된 것은, 저녁 8시께 일부 시위대가 의회 건물 진입 시도에 나서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섬광탄과 최루탄, 물대포를 동원해 시내 중심 알라토 광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 해산에 나서면서 시위대와 충돌이 벌어져 120명이 다치기도 했다. 부상자 중에는 야당 지도자 자나르 아카예프도 포함됐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키르기스스탄 경찰이 5일(현지시각) 수도 비슈케크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등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비슈케크/AP 연합뉴스
앞서 키르기스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잠정 개표 결과 이번 총선에 출마한 16개의 정당 중 메케님키르기스스탄당과 비림디크당 등 4개 정당만이 의회 진출을 위한 7% 하한선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정당별 비례대표제로 실시된 선거에서 하한선을 넘긴 4개 정당은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는다. 이 하한선을 넘긴 정당 4곳 중 3곳은 소론바이 젠베코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라는 게 <비비시> 방송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비림디크당은 젠베코프 대통령의 동생 아술베크 젠베코프가 속해 있는 정당이며, 메케님키르기스스탄당은 수많은 부패 의혹에 휩싸여 있는 라임베크 마트라이모프 전 관세청 부청장이 지원하고 있는 정당으로, 2017년 대선 당시 젠베코프 대통령에게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과가 발표되자, 야당 등 일각에선 정부가 이번 선거에 행정력을 동원하는 한편, 유권자 매수 및 협박을 자행했다며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거 다음날인 5일 12개 야당이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공동으로 선언했다. 특히 5일 시위에선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젠베코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이번 총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했던 리스켈디 몸베코프는 이날 시위에서 “대통령이 정직하게 선거관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말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토마스 보세루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선거감시단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선거는 대체로 잘 치러졌다”면서도 유권자 매수 의혹 등에 대해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젠베코프 대통령은 6일 선거에 참여한 16개 정당 대표들을 만나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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