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여고생에게 생리대 등 위생용품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른 광범위한 ‘생리 빈곤’(Period Poverty)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한 조처라고 영국 <가디언>이 3일 보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여성 위생용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인데도 너무나 많은 여학생들이 생리대나 탐폰 등을 구입할 형편이 안 돼 학교를 결석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여고생의 위생용품 구매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9~18살 여학생 가운데 약 9만5천명이 위생용품이 없어 생리 기간에 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생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해 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계속 공부하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최대 빈곤 지역으로 알려진 와이카토 지역 15개 학교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공급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클랜드 대학 등이 한 설문조사를 보면, 9~13살 학생 가운데 12%가 위생용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12명에 1명꼴로 위생용품을 못 구해 생리 기간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질랜드에서는 빈곤 지역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화장지나 신문지, 해진 천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생리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학교에 위생용품을 제공해온 비정부기구(NGO) ‘디그니티’의 공동창립자 미란다 히칭스는 “위생용품을 살 여유가 없는 여학생들은 성별 차에서 오는 재정적 부담과 함께 수치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무단결석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훌륭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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