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추모식장에서 괴한의 총기 난사로 최소 27명이 숨진 테러가 발생한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소속 군인들이 현장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6일 오전(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추모식 행사장에서 무장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7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지난달 29일 미국과 아프간 무장정파 탈레반이 18년간의 전쟁 종식과 모든 외국군 철수를 뼈대로 한 평화협정을 맺은 지 불과 엿새 만에 수도 카불에서 대규모 ‘종파 분쟁’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평화협정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정치 협상으로 분쟁을 끝낸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아프간 내무부의 나스라트 하리미 대변인은 “이날 오전 행사장 인근 건설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했으며, 총격 직후 경찰 특수부대 병력이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지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정파인 탈레반은 곧바로 이번 사건에 책임이 없다며 배후 의심을 부인했다. 이날 저녁까지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조직은 나오지 않았다.
추모행사에 참석한 아프간 정부 2인자인 압둘라 압둘라 압둘라 최고행정관(총리 역할 수행)을 비롯해 저명인사들은 공격을 피해 무사히 탈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압둘라 최고행정관은 지난해 9월 대선에서 아시라프 가니 현 대통령의 최대 맞수였던 유력 정치인이다. 가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그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별도의 정부 구성을 추진하는 등 가니 대통령과 함께 아프간 정부의 실권을 나눠 가진 인물이다.
이날 행사는 1995년 사망한 시아파 지도자 압둘 알리 마자리를 기리는 자리였다. 마자리는 아프간의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출신 정치인이다. 아프간은 이슬람 수니파가 70%로 다수이며, 하자라족 대다수는 소수 시아파 무슬림이다. 지난해 추모 행사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 연계세력이 박격포 공격을 퍼부어 최소 11명이 숨진 바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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