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타이 북동부 도시 나콘라차시마의 터미널 21 쇼핑센터로 도주한 무장탈영한 군인이 총기를 난사한 현장에서 군경이 쇼핑객들을 구출하고 있다. 나콘라차시마/로이터 연합뉴스
8일 오후 타이의 한 쇼핑몰에서 무장탈영한 군인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26명이 숨졌다. 군경은 7층 건물인 쇼핑몰 전체를 봉쇄하고 범인 체포 또는 사살 작전에 나섰으며, 밤샘 대치 끝에 9일 오전 9시께 범인을 사살했다.
앞서 8일 오후 3시30분께 타이 동북부 도시 나콘라차시마 인근의 한 주택에서 짜끄라판 톰마(32) 선임 부사관이 직속상관(48)과 그의 장모 및 다른 군인 1명 등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그는 곧이어 부대에 들러 총기와 실탄을 탈취해 동료 병사들을 향해서도 총을 쏜 뒤 군용 차량을 타고 탈영했다. 범인은 오후 6시께 시내 ‘터미널 21 쇼핑센터’로 도주한 뒤 다시 기관총을 난사해 시민 등 최소 26명이 숨지고 5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전했다.
현지 일간 <방콕 포스트>는 경찰과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안군이 터미널 21 쇼핑몰에서 범인과 17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그를 사살했다고 전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타이 보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과 군인이 상황을 끝낸 데 감사한다. 범인은 사살됐다”는 글을 올려 상황 종료를 확인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 주재 한국대사관은 현재까지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건 당시 쇼핑몰에는 한국인도 8명이 있었으나 현지 경찰의 도움으로 다른 쇼핑객들과 함께 무사히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 당국은 범행 현장인 쇼핑몰에 군경을 투입해 건물을 폐쇄하고 쇼핑객 수십명을 구출하는 한편, 범인 제압 작전에 나섰다. 9일 새벽 3시께 타이 보안군이 1차 작전에 나선 듯 쇼핑몰 안에서 다시 총성이 들렸으나 대치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군인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건물의 뒷문으로 도주를 시도했으나 실패했으며, 쇼핑몰 안에 은신하다가 군경과의 교전 끝에 사망했다.
범인은 쇼핑몰에서 총기 난사 현장과 본인 얼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으며, ‘항복’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한 동영상에서, 군용 헬멧을 쓰고 군용 지프에 탑승한 채 손가락으로 방아쇠 모양을 만든 뒤 “지쳤다. 손가락을 당길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범인은 페이스북 계정에 권총과 탄창 3개가 찍힌 사진을 올려놓고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포기해야 할까?” 등의 메시지를 잇따라 올리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문제의 포스팅을 삭제하고 범인의 계정을 폐쇄했다.
범행 동기는 부대 상관과의 주택 매매 과정에서 불거진 금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공식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쁘라윳 짠오차 타이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타이에서 이런 사태는 없었다”며 “이번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게 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번 총격 피해자들의 병원 치료비는 정부가 부담하고 유가족들도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8일 저녁 타이 북동부 도시 나콘라차시마의 터미널 21 쇼핑센터로 도주한 무장탈영한 군인이 총기를 난사한 현장에서 군경이 범인 제압 과정 중 총에 맞은 군인을 긴급 이송하고 있다. 나콘라차시마/로이터 연합뉴스
Thailand security forces enter in a shopping mall as they chase a shooter hidden in after a mass shooting in front of the Terminal 21, in Nakhon Ratchasima, Thailand February 9, 2020. REUTERS/Athit Perawongmetha/2020-02-09 05:45:4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