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과 같은층에 입주해있는 한국어학원. 싱가포르/김외현 특파원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로 선정된 싱가포르에 개설된 북한대사관은 시내 노스브리지로드의 한 건물 15층에 입주해있다. 같은 층 이웃 입주사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어학원이다. 입구에 한글로 ‘미세요’라는 표시가 붙은 한국어학원이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이 학원 원장 최아무개씨와 통화했다.
-같은 층에 있는 북한대사관 일로 연락드렸습니다.
“아, 이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드디어 왔군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언젠가는 한국 기자가 연락을 해올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근래 가끔 불쑥 들어와 북한대사관 언제 문 여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일본분도 있었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억양의 영어를 쓰는 분도 있었고요.”
이 학원은 교실이 2개, 학생이 100명 가량으로, 최씨는 2015년 이곳에 입주했다고 밝혔다.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은 기록상 2016년 입주한 것으로 나오지만, 최씨 기억엔 이듬해 1월 실제로 이사왔다. 북한대사관과 이 학원은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다른 쪽 복도에 위치해 있다. 남북의 분단을 상징하듯 대사관은 북동쪽, 학원은 남서쪽을 향하고 있다.
-북한대사관 사람들과 만나보신 적 있나요?
“아뇨. 없습니다. 사실 얼굴도 몰라요. 저희는 직장인들이 다니는 학원이어서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수업을 하거든요. 남자화장실에서 간혹 북한 억양이 새어나오는데, 여자 직원은 없는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어요.(웃음)”
-싱가포르에서 북한 사람을 보신 적은요?
“저는 싱가포르 온 지 10년쯤 됐는데 북한 사람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북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오히려 대사관이 이곳에 오면서 인식을 하게 됐어요.”
최씨는 “그렇잖아도 학생들도 꼭 남북 분단 같다는 얘기를 합니다”라며 씁쓸해 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어쩌다 만나더라도 괜찮을 것 같긴 해요”라고 말했다. 최씨에게 이날의 통화 내용을 기사로 보도해도 좋겠느냐고 묻자, 그는 “그럼요. 평화를 위해서라면”이라고 답했다.
싱가포르/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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