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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딸들의 날’ 맞은 인도, ‘딸들의 난’ 일어날까

등록 2016-08-11 17:26수정 2016-08-11 20:44

8월11일 ‘딸들의 날’ 맞아 SNS 사진 인증 캠페인 한창
여성아동개발부 장관도 트위터에 며느리·손녀 사진
여아 낙태·성비 불균형 등 여성인권 침해 개선 노려
배경엔 뿌리깊은 가부장제·남아선호·가정폭력 그림자
매일 여성 22명 지참금 문제로 살해…5분마다 가정폭력
인도의 마네카 간디 여성·아동개발부 장관(맨 오른쪽)이 11일 ‘딸들의 날’을 맞아 며느리(왼쪽)와 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갈무리
인도의 마네카 간디 여성·아동개발부 장관(맨 오른쪽)이 11일 ‘딸들의 날’을 맞아 며느리(왼쪽)와 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갈무리
“딸을 구하세요, 딸을 가르치세요.”

요즘 인도에선 위 문구를 뜻하는 ‘#BBBPDaughtersWeek’라는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인도가 ‘딸들의 날’로 기념하는 8월11일을 맞아 인도 정부가 대대적으로 펼치는 캠페인이다. 엄마(시모), 딸(며느리), 손녀 등 여성 3대가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그밖의 여러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자는 운동이다.

인도어로 ‘베티 바차오 베티 파다오’라는 구절의 영문 앞단어들(BBBP)을 딴 뒤에 ‘딸들의 주간’이란 영문을 덧붙였다. ‘딸들의 날’이 있는 이번주를 아예 ‘딸들의 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베티 바차오 베티 파다오’는 ‘딸을 구하세요, 딸을 가르치세요’라는 뜻으로, 인도 정부가 정성을 쏟고 있는 여성 권리 향상 프로그램의 명칭이기도 하다.

마네카 간디 여성아동개발부 장관은 이미 이번주 초에 며느리와 손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으며, 다른 사용자들로부터 받은 수십장의 사진을 리트위트해 공유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이 10일 보도했다. 이번 소셜미디어 해시태그 운동은 인도에서 만연한 여아 낙태를 줄이고, 남초 현상이 심각한 성비를 개선하며, 여성 교육을 장려하려는 취지다. 인도에서도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기기가 급속히 보급되고 소셜미디어가 대중화한 데 힘입어 대중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그러나 얼핏 흥미롭게 보이는 이번 캠페인의 배경에는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뿐 아니라 목숨까지 위협받는 인도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직까지도 인도에선 완고한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 전통과 여성 폄하 풍조가 강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성비 추이(남성 1000명당 여성의 수), 자료: 인도 인구센서스
인도의 성비 추이(남성 1000명당 여성의 수), 자료: 인도 인구센서스
인도에서도 성별을 이유로 한 여아 낙태는 불법이다. 그러나 뿌리 깊은 남아선호 탓에 매년 수십만명의 여아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낙태로 사라져간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의술이 발달한 20세기 이후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여왔다. 인도의 인구에서 7살 이하 어린이의 남녀 성비를 보면, 1961년에는 남아 1000명당 여아가 976명이었으나, 가장 최근 조사인 2011년 조사에서는 남아 1000명당 여아 수가 914명으로 급감했다. 자연 상태에서 남녀의 출생 성비는 1.06 대 1로, 남아가 극히 미세하게 높은 정도다. 간디 장관은 올해 초 태아 성감별을 불법화할 뜻을 내비쳤다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인도 여성을 위협하는 또다른 핵심 요인은 신부 지참금 제도와 가정폭력이다. 인도의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2~2014년 3년 새에만 지참금이 적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신부가 2만4771명에 이르렀다. 하루에 22명꼴이다. 또 남편을 비롯해 시가 쪽 사람들에게 신체적 위해를 당하는 사건이 5분에 한번꼴로 보고됐다.

인도 여성아동개발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올린 ‘딸들의 주간’ 홍보물. 트위터 화면 갈무리
인도 여성아동개발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올린 ‘딸들의 주간’ 홍보물. 트위터 화면 갈무리
인도 정부가 이번 캠페인의 ‘사진 인증’ 대상을 딸·며느리·손녀로 특정한 이유도 여성 학대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에서 비롯한다. 간디 장관은 “인도에서 ‘딸’은 집안의 부담이자, 아들보다 열등하며, 지참금을 갖고 시집으로 떠나갈 ‘나쁜 투자’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많이 숨지는 여성이 ‘며느리’들”이라며 “정부는 사람들에게 며느리를 딸처럼 대우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도에서 대부분의 여아 낙태는 시모가 며느리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손녀’도 인증샷 캠페인의 대상이 됐다.

간디 장관은 이번 ‘딸들의 날’ 캠페인은 인도에서 가부장제의 폐해를 줄여나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딸들의 가치와 소중함을 인식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몇년 새 지참금 제도를 불법화하고 성폭행범에 대해선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또 지난 3월엔 여아의 중등교육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여아 교육비 대출 우대금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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