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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나우루 난민캠프서 끔찍한 어린이 학대

등록 2016-08-10 16:56수정 2016-08-10 17:14

호주의 역외 위탁시설에서 구타·성폭행 만연
트라우마 시달린 어린이들 자해·이상행동도
유엔 비판에도 호주는 “수용소 삶의 질 개선”
지난해 4월 나우루에 있는 호주의 역외 난민캠프에 수용된 캄보디아 출신 난민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호주 정부에게 난민 인권 보장과 본국 송환 반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 난민이다”, “난민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을 멈춰라”,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고 아이들 학대를 멈춰라” 등의 구호가 처연하다.  호주 인권단체 난민행동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4월 나우루에 있는 호주의 역외 난민캠프에 수용된 캄보디아 출신 난민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호주 정부에게 난민 인권 보장과 본국 송환 반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 난민이다”, “난민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을 멈춰라”,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고 아이들 학대를 멈춰라” 등의 구호가 처연하다. 호주 인권단체 난민행동 누리집 갈무리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호주)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에서 위탁운영하는 난민 수용시설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학대 행위가 저질러진 사실이 폭로됐다. 호주 정부와 난민캠프 운영 계약을 맺은 민간 보안업체의 일부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의 수용시설에 구금된 10살 안팎의 아이들에게 구타와 성폭행, 편의 제공을 미끼로 한 성적 착취 등 온갖 범죄 행위를 자행해온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사실이 담긴 호주 상원과 인권위원회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9일 보도했다. 호주는 자국에서 최단거리로도 3000km나 떨어진 나우루에 사실상의 감금시설을 지어, 자국에 들어왔거나 입국을 시도했다가 추방된 난민들을 격리수용하고 있다. 나우루는 면적 21㎢에 인구가 겨우 1만명 남짓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섬 나라다. 난민캠프 근무자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나우루 파일’은 8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2013년 5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2년여 동안 모두 2116건의 학대 사례 보고가 담겨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086건이 자기방어 능력이 취약한 어린이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었다.

학대 유형도 다양했다. 경비원들이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뺨을 때리는가 하면, 한 경비원은 소년의 작은 몸을 그러쥐고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2분에 불과한 수감자 샤워시간을 2분 더 늘려주겠다는 조건으로 경비원이 소녀에게 ‘성적 서비스’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어린이 난민들은 극도의 절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자해를 시도하거나 이상행동을 보였다. 2014년 9월 한 소녀는 자신의 위아래 입술을 꿰매버렸지만 경비원은 그를 웃음거리로 삼았다. 10살도 안 된 다른 소녀가 여러 남성 경비원들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고 만지라고 하는 참담한 사례도 보고됐다. 지난해에는 한 소녀가 함께 수감중인 남성에게 자기 몸을 밑에서부터 자르라고 요구했다. 이 모든 사례들은 수용시설 직원들의 증언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자국이 아닌 나우루와 파푸아뉴기니 등 2곳에서 역외 난민캠프를 운영하는 데 연간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출한다. 호주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나우루에는 남녀노소 난민 442명이, 파푸아뉴기니에는 남자만 854명이 구금돼있다.

호주의 배타적이고 비인도주의적인 난민 정책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호주 정부와 민간 관리업체 및 하청 보안업체들은 줄곧 난민 수용시설의 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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