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미가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관련 당사국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7일(현지시각) 발표한 공보국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정세 전개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관련 당사국 모두의 자제를 촉구했다. 외무부는 “이번 연합훈련은 형식상 계획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참가 부대 규모와 수, 종류 등과 작전 유형 등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성격을 띠고 있다”며 “당연히 이같은 군사활동의 대상으로 지목된 국가인 북한은 자국의 안보에 대해 합당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에 대한 그같은 군사·정치적 압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동시에 현 상황에 대한 북한 쪽의 반응도 적절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특히 적대 세력(한국과 미국)에 ‘선제 핵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공개 성명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북한은 그러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종국적으로 국제사회와 정반대 위치에 서게 하고 상대국이 유엔 헌장에 규정된 회원국의 자위권에 따라 북한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국제법적 기반을 제공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무부는 “모든 당사국이 사려와 인내심을 갖고 한반도의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대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도록 하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연합훈련의 규모가 전례 없는 규모로 4월 말까지 계속된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조선(북한)의 반응이 강렬했다는 데도 주목한다”며 “중국은 이같은 동향에 엄중한 관심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어떤 사건이나 말썽이 일어나는 데 대해서도 결연히 반대하며, 결코 ‘집 앞’에 전쟁이나 혼란이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양회에 즈음한 연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조선반도는 산과 물이 서로 이어져, 힘든 일도 기쁜 일도 함께했다”며 전통적 북·중 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한)반도의 최대 이웃국으로서, 중국은 반도의 안정이 근본적으로 파괴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으며, 중국의 안전 이익이 무단히 손해를 입는 것도 좌시할 수 없다. 각국이 이성적으로 억제해서 갈등을 더 격화시키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