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시다발 테러로 7명이 숨진 14일 동자바주 주도인 수라바야에서 학생들이 촛불을 밝혀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촛불로 “자카르타를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모양을 만들었다. 수라바야/AP 연합뉴스
연계세력이 아시아서 처음 실행
가디언 “세계 어디서든 테러 증거”
인니 정부, 중동서 자금유입 포착
“IS가 이번 테러 지원 가능성
동남아 지도자 꿈꾸는 나임 배후”
가디언 “세계 어디서든 테러 증거”
인니 정부, 중동서 자금유입 포착
“IS가 이번 테러 지원 가능성
동남아 지도자 꿈꾸는 나임 배후”
1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발칵 뒤집어놓은 동시다발 테러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글로벌 확장 전략을 본격화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슬람국가 홍보조직 알하야트는 이날 성명에서 “인도네시아에 있는 칼리파의 전사들이 자카르타에서 이슬람국가와 맞서는 십자군 동맹의 군중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슬람국가의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도 “인도네시아의 수도에서 외국인과 그들의 보호자들을 겨냥한 무장공격을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이슬람국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에서도 처음으로 이슬람국가 연계세력의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최근 터키, 이라크, 나이지리아에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잇따른 테러들은 이슬람국가가 세계 어디서든 날마다 테러를 할 수 있는 팽창을 추구하고 있다는 확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슬람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국 주도 연합군의 거센 군사적 압박을 받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관점에서 이른바 ‘소프트 타깃’으로 분류되는 서방 및 친서방 국가들의 비무장 민간인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시다발 테러는 그 전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카르타 테러도 파리 테러를 흉내 냈다고 본다.
이슬람국가는 2014년 6월 신정일치 국가인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의 확대를 공언했다. 이를 위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각국의 외국인을 신입 전투원으로 끌어들여 수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테러, 이슬람 시아파와의 투쟁,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동원한 선전·선동이 그 수단이다. 무슬림 인구가 2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온건 세속주의 성향의 수니파 무슬림들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그런 목적을 이루기에 안성맞춤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테러 전문가인 시드니 존스는 14일 <뉴욕 타임스>에 “최근 6개월 새 인도네시아에선 테러 음모 적발 건수가 급증했는데 국내 정치에 대한 반발은 한 건도 없었다”며 “지하드 그룹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이슬람국가의 가치를 전파하려는 열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가 아시아에서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에선 이슬람교가 정복자들이 아닌 상인들에 의해 전파됐으며, 밀림이 우거지고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토착화하면서 ‘트로피컬 이슬람’(열대지역 이슬람)이라는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됐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스트랫포>는 14일 “오늘날 아랍 이슬람 세계를 지배하는 살라피즘(수니파의 이슬람 원리주의)이 동남아에선 드물다”며 “미얀마와 필리핀, 타이 등의 무슬림 소수자들은 중앙정부의 전복이 아니라 종교 인정과 민족 자치를 요구하며 반군 활동을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동남아 무슬림들은 이슬람국가의 가치에 동조하기보다 그들과의 연계와 브랜드 차용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반사이득을 노린다는 것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수십억루피아의 자금이 국내로 흘러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번 테러와의 관련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이슬람국가의 테러자금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거래분석센터의 아구스 센토사 부센터장은 “대테러 당국이 이번 테러 용의자들의 네트워크를 확인하고 있으며, 우리는 복잡한 네트워크 뒤에 감춰져 있는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테러 관련 혐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경찰청장인 티토 카르나비안은 “경찰은 테러리스트인 바룬 나임이 (테러) 공격의 배후 지휘자라고 믿을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임은 ‘카티바 누산타라’라는 극단주의 단체를 설립했으며, 자신이 동남아 이슬람국가 지부 지도자가 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임은 2011년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뒤, 지난해 시리아에 가서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테러리스트 바룬 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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