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상 피해국 요청 필요해
한국동의 없이 불가능하지만
미국이 전시작전권 지녀 변수
한국, 최악땐 미·일 지휘 받을수도
“한국 전작권 확보 더 절실해져”
한국동의 없이 불가능하지만
미국이 전시작전권 지녀 변수
한국, 최악땐 미·일 지휘 받을수도
“한국 전작권 확보 더 절실해져”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이 여전히 미국의 손에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와 인근에서 미국과 공동작전을 펼치는 형식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주권과 국익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간 힘의 불균형뿐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도 미국이 ‘운전대’를 잡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저지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한-미는 지난 4월 말 정상회담에서 2015년으로 돼 있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연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한다는 ‘기본적 방향성’을 발표하자 정부는 같은날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그리고 우리의 국익과 관련된 사항은 우리 동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이 아무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에 군사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영토·영해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국제법적으로도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위해서는 피해국이 피해사실을 공표한 뒤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이런 요건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파병 등의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으로 인정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는 우려할 만한 요소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틈새가 있다. 미국이 이른바 ‘선제적 자위권’을 취하는 경우다. 이를테면 북한이 핵위협을 고조시킬 때 미국이 ‘위협을 느낀다’는 ‘피해’를 공표하면서 방어 차원에서 영변 핵시설 등에 원점 타격을 하면, 일본은 여기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발진기지를 제공하는 식으로 손을 보탤 수 있다. 물론 국제법상으로 선제적 자위권은 방어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선제적 자위권도 방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전작권이 없는 상황에선 오로지 힘의 논리에 따라 밀릴 수밖에 없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장은 “요즘의 일본이라면, 이런 경우 미국과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사시에 주한미군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에도 미국이 ‘피해’를 공표하고 도움을 청하면, 이를 전쟁 상황으로 간주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이유로 미군시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미국이 전작권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내 미군의 작전지역에서 일본의 무장력이 미군에 ‘협조’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병력의 본격적인 한반도 진주도 이론적으로는 엉뚱한 상상이 아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한국이 전작권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물론 전작권을 갖는다고 해서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순 없겠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와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선 한국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은 한참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외교안보분야 고위당국자는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통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작전을 전개하기 원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그 밑에서 미국과 일본의 지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륙작전을 할 때 미-일이 공동 작전을 하면 그 밑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으로 한국의 전작권 전환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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