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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아웅산 수치 “국민 승리” 선언

등록 2012-04-02 20:59수정 2012-04-03 08:58

국민민주연맹 “44곳 중 43곳서 승리”
국제사회 호평 속 “제재 해제는 일러”
“이번 선거는 국민민주연맹의 승리라기보다 이 나라의 정치(민주화)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국민들의 승리입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67)가 2일 양곤에 있는 허름한 2층 건물인 국민민주연맹(NLD) 본부에서 전날 치러진 보궐선거의 승리를 선언했다. 당사 앞에 몰려든 수천명의 지지자들은 1990년 야당의 총선 압승을 군부에 강탈당한 뒤 22년 만에 맛보는 감격과 기쁨에 환호했다.

수치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들이 우리와 협력해 진정한 민주적 분위기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며 화합을 통한 민주 개혁을 염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다른 정당과 지지자들에게 누가 되고 슬픔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어렵게 이뤄가고 있는 민주개혁에 역풍이 닥칠 가능성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한 것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미얀마 국영 방송이 전한 선관위의 중간개표 현황을 인용해,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이 후보를 낸 44개 선거구 가운데 수치를 포함해 40곳에서 의석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4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의 공식 결과는 이번 주말께 나올 예정이다.

수치의 지지자들은 전날 투표가 끝난 뒤 국민민주연맹 본부 앞과 도로를 가득 메운 채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고 춤을 추며 밤샘 자축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국민민주연맹 당사 앞에 나온 한 자영업자는 “이건 국민의 승리다. 우리가 그들(군부 기득권 세력)에게 교훈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이번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군부정권 시절 취해진 제재 조처의 해제까지는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의 선거참관단장 마우고르자타 바실레프스카는 <에이피>(AP) 통신에 “내가 방문했던 투표소들에선 선거가 아주 잘 진행됐고 (선관위와 유권자들의) 선의를 목격했는데, 그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터키를 방문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투표에 참가한 미얀마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면서도 “최근 몇달 새의 진전(미얀마 테인 세인 정부의 개혁조처)이 어떤 의미인지, 또 개혁이 지속될지를 알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미얀마 제재를 주도했던 미국 하원의 조지프 크라울리 의원도 “지금은 국제사회가 버마의 제재 해제를 서두를 때가 아니다. 아직도 많은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고,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지속되고 있으며, 군부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라며 더 많은 개혁을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얀마 전문가는 “정말로 힘든 일은 이제부터”라며 “(민주적) 개헌, 법제 개혁, 부패 방지,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 인권 개선 등에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민주연맹은 이번 선거로 제도정치권에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2015년 총선 승리와 정권 창출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에이피>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해 총선에서 군부의 지원으로 집권한 이후 민주개혁 조처에 나선 테인 세인 현 정부가 정권의 정통성을 굳히고 서구의 제재 완화를 앞당기 위해 아웅산 수치의 의회 진출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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