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카라치서 54명 구출
파키스탄의 한 신학교 학생들이 외부와 격리된 지하 밀실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학대를 받아오다 경찰에 구출됐다.
파키스탄 경찰은 13일 이 나라 최대 도시 카라치의 외곽에 있는 자카리야 마드라사를 급습해 54명의 학생들을 구출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새벽>과 외신들이 전했다. 7~8살 어린이에서부터 40대 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들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경찰에 구출될 당시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몸에는 채찍 자국 등 가혹한 학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맨발의 7살짜리 소년은 구출된 뒤에야 울음을 터뜨렸다. 자이눌라 칸(21)이란 청년은 <로이터> 통신에 “30일간 갇혀 있으면서 한번도 하늘을 보지 못했다. 가죽 벨트로 맞고 음식을 구걸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라오 안와르 카라치 경찰국장은 “수용자들은 마약 중독자이거나 잡범들로, 해당 학교는 치료와 재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입소자들은 가족들에 의해 치료차 이곳에 왔으나, 도망가지 못하게 족쇄를 채우는 건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학교 관계자 3명을 체포해 이슬람 무장조직 등 외부와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마드라사는 이슬람 성직자를 배출하는 신학교로, 문자와 코란, 이슬람 전통 교육과 숙식을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공식 집계로만 파키스탄 전역에 1만5000여개가 있으며, 정규교육 연령대 아동과 청소년의 5%인 200여만명을 가르친다. 자녀를 공교육이나 사립학교에 보낼 여력이 없는 빈곤층 가정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셈이다.
이렇게 무슬림들에게 존경받는 기관임을 악용해 일부에선 ‘마드라사’의 문패를 걸고 어리고 가난한 재학생들을 이슬람원리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조직원이나 자살폭탄 공격자로 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파키스탄 정부의 규제와 감독은 허술한 실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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