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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얀마 승려들 “정치범 석방” 연좌시위

등록 2011-11-15 20:50수정 2011-11-15 21:47

군부, 정치범 석방 유보 반발
수치 가택연금 해제 1주년
보궐선거서 정계복귀 주목
미얀마(버마)에서 4년 만에 승려들의 연좌시위가 열렸다. 5명의 승려가 15일 미얀마 주요 도시인 만달레이의 유명 사원을 점거하고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사흘을 버틸 수 있는 식량을 갖고 있다며 시위 장기화를 예고했다. 사원 주변에는 다수의 승려를 포함한 주민 500여명이 모여 이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민주화 열망이 분출하고 있다. 지난 3월 민간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온 ‘개혁’ 조처를 환영하는 것을 넘어서 ‘진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전국민의 존경을 받는 승려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얀마 승려들은 2007년 전국적으로 민주화 시위에 나섰으나 군부에 강제 진압당했고, 그 뒤 침묵을 지켜왔다.

이들의 시위는 이르면 14일 단행될 것으로 기대됐던 정치범 추가 석방이 무위로 돌아간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추가 석방을 결정했으나 군부의 정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설된 국방안보위원회(NDSC)가 제동을 건 것이다. 미얀마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아직 상부로부터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사면령이 있었지만 군부는 정치범들을 천천히 석방하기 원하기 때문에 석방 절차를 늦춘 것 같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1962년 쿠데타 이후 반세기 동안 군정이 통치해 왔으나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민간으로 정권이 이양됐다. 군인 출신으로 통합단결발전당을 이끌고 정권을 잡은 테인 세인 대통령은 검열을 완화하고 노조를 합법화하는 등 일련의 개혁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66)는 20년에 걸친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지 1주년을 맞아 14일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개혁’을 향한 긍정적 조처들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정치범 석방 등 할 일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수치 여사의 보궐선거 출마와 그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보선 참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승려들의 시위는 당분간 정부의 관망 아래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악명높은 군부독재로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해왔던 미얀마 정부는 17~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화려한 국제무대 복귀를 꿈꾸고 있다. 미얀마는 회원국이 돌아가면서 맡던 아세안 의장 자리를 2006년 이후 맡지 못했는데, 이날 인도네시아에 모인 동남아 10개국의 외무장관들은 2014년 미얀마가 의장을 맡는 것에 동의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정부가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릅쓰고 시위를 무력진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직전에 부분적인 정치범 석방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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