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발생한 홍수로 수도 방콕이 침수 위기에 놓인 가운데 27일 이슬람 여성들이 작은 배에 아이를 태우고 물에 잠긴 도로를 걷고 있다.
수천명 물난리 탈출 행렬
악어떼 100마리 우리 탈출
악어떼 100마리 우리 탈출
타이를 강타한 50년 만의 대홍수에 ‘방콕 엑소더스’가 시작되었다.
수도 방콕이 물에 잠겨 고립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시민과 외국인 등 수천명의 탈출행렬이 버스터미널과 고속도로로 몰려들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전날 타이 정부가 27일부터 31일까지 방콕에 닷새간의 휴일을 선포한 것이 ‘대탈출’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지난 25일 국내선 공항으로 쓰이는 돈므앙 공항이 침수·폐쇄된 이후 고립 우려로 방콕 시민들의 ‘심리적 저항선’도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타이의 주요 국제선 공항은 여전히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공포감에 사로잡힌 주민들은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또 이날 방콕을 떠나려는 시민 수천명이 몰리면서 이날 모칫 시외버스터미널은 대합실이 꽉 차 바깥 인도까지 몇시간째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국외 주재원 등은 귀국길에 오르거나 파타야 등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됐고, 방콕 주재 기업들이 직원과 해외주재 근무자들의 대피를 위해 공항 근처 호텔 등을 예약하면서 높은 객실 점유율을 보였다고 <방콕 포스트>가 전했다.
‘방콕 시내는 반드시 지키겠다’던 타이 정부는 사실상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방콕에서 하루 최대 소화해낼 수 있는 배수량은 3000만㎥에 불과한데, 방콕 북쪽에서 4억㎥가량의 물이 유입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구호지휘센터(FROC)의 쁘라차 프롬녹 법무부 장관은 “방콕 전역이 침수될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홍수는 ‘악어 공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계속된 홍수가 악어농장을 덮치면서 우리를 탈출한 악어 100여마리가 방콕 북부지역까지 쓸려내려와 주민들의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타이에는 가방·신발 재료로 쓰이는 악어가죽을 공급하기 위한 악어농장이 800여곳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40대 “MB 찍었는데 좋아진 게 없었다” 여당에 배신감
■ 대홍수 난 방콕에 악어 100마리 풀려 ‘공포’
■ 트위터에 ‘확’ 덴 한나라 “SNS 명망가 영입”
■ 전세값 5년새 57% 뛰었다
■ “용인캠퍼스와 통합 안돼” 외대학생들 씁쓸한 투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