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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치누크 다운…수렁 처박힌 아프간 전쟁

등록 2011-08-07 20:48

미·나토군 단계적 철군 앞두고 최악 피해
‘탈레반과 10년 전쟁’ 총체적 실패 드러나
“미, 소탕 더 집중”에…“주민 탈레반 도울것”
* 치누크 : 미군 대형수송헬기
“지난 1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안보와 개발, 인도주의적 지원에 힘을 썼지만, 국제사회는 (아프간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

전세계 분쟁지역을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이 지난 4일 발표한 아프간 보고서의 첫 구절이다. 이 단체는 “아프간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 기구들은 여전히 취약하며, 대다수 국민들에게 양질의 거버넌스와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권을 보장할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력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군을 비롯한 국제연합군의 ‘아프간 10년 전쟁’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지적하는 통렬한 비판이기도 하다.

6일 새벽 아프간 북동부인 수도 카불 인근의 와르다크 지역에 있는 탕기계곡에서 미군 특수부대가 탑승한 대형수송헬기인 치누크가 격추된 것은 나토군의 개입에도 사실상 거의 진전이 없는 아프간의 엄혹한 현실을 드러내는 한 단면일 뿐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격추 직후 “탈레반 대원들이 모여 있던 민가를 공격하던 미군 헬기를 로켓추진총류탄을 쏴 격추했으며, 헬기 잔해들이 현장에 흩어졌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도 이번 공격이 탈레반의 소행이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분쟁지역의 외국군 희생자 집계 사이트인 아이캐주얼티(icasualties.org)에 따르면, 7일 현재 아프간에선 올해 들어서만 연합군 사망자가 379명에 이르며, 이번 사건으로 이번달 사망자도 45명으로 늘었다. 이는 연합군이 탈레반에 대한 대공세(surge)를 전개한 지난해를 빼곤 아프간전 10년 동안 최악의 수치다.

<뉴욕 타임스>는 6일 “미군과 나토군의 철수가 시작된 가운데 벌어진 이번 공격은 탈레반 반군이 자신들의 거점인 아프간 남부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까지 얼마나 깊숙이 촉수를 뻗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군 헬기가 격추된 와르다크 지역의 경찰 총수인 압둘 카윰 바키조이는 “탈레반의 헬기 격추가 발생한 시각은 6일 새벽 1시께이며, 앞서 전날 오후 미군은 탕기계곡에 있는 탈레반 은신처에 대한 공습작전을 벌였던 참”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 4월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아프간 정부에 치안권을 이양한 곳이다.

철군을 앞둔 미군과 나토의 딜레마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철군을 하자니 탈레반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산될 게 뻔하고, 아프간 정부군이 치안을 통제할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철군 일정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의 현지 지휘관들은 “아군 동료들을 잃은 만큼, 인구 밀집지역인 해당 지역에서 (탈레반 소탕) 작전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와르다크 지방의회의 하지 모하마드 하즈라트 자난 의장은 “주민들은 탈레반이든 외국군이든 이 지역에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면서도 “만일 나토군이 주민에게 해를 입힌다면 그들은 기꺼이 탈레반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 주둔 미군은 9만여명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일부 전투부대 철수를 시작했으며, 올해 안에 1만명, 내년 여름까지는 2만3000여명을 철수시킬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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