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폭탄테러 140여명 사상
시, ‘종교폭력’ 개입한 정치인·경찰 처벌 안해 상황 악화
양극화도 갈등 부추겨…최대 경제도시서 ‘디스토피아’로
시, ‘종교폭력’ 개입한 정치인·경찰 처벌 안해 상황 악화
양극화도 갈등 부추겨…최대 경제도시서 ‘디스토피아’로
인도 서해안에 있는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에서 13일 저녁 일어난 동시다발 폭탄테러는 17명의 사망자와 최소 131명의 부상자를 낳은 것으로 14일까지 집계됐다. 2008년 11월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테러 이후 2년 반 만에 재연된 이번 테러의 배후세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뭄바이에서 테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인도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인도에서 종교 갈등에 따른 반목과 테러의 악순환은 뿌리가 깊다.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와 갈라져 분리독립한 것도 이슬람과 힌두교의 갈등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1992년 12월 인도 북부 아요디아의 바브리 이슬람사원에 대한 힌두교도들의 폭탄테러는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최악의 테러다. 사원이 무너지면서 마침 예배를 보던 무슬림과 관광객 등 900여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이듬해인 1993년 3월 뭄바이에선 증권거래소 공격을 시작으로 관공서, 은행, 시장, 병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은 연쇄 보복테러가 일어나 250여명이 숨졌다.
그러면 왜 뭄바이인가?
뭄바이는 인도 최대의 경제 중심지이자 인구 2050만명의 글로벌 타운이다. 이념이나 정치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슬람 무장투쟁 조직이 활개치는 곳도 아니다.
그러나 금융·상업의 중심지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잠복해 있는 뭄바이의 병폐는 ‘인도’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의 인도 출신 언론인 수티크 비스와스는 13일 뭄바이에서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종교 갈등’과 ‘부패한 공권력’에서 찾았다.
1998년 뭄바이 시당국은 종교폭력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한 보고서를 받고도 무시했다. 특히 무슬림에 대한 힌두교도들의 폭동에 개입된 정치인과 경찰들을 처벌하지 않은 채 테러 가담자만 처벌하는 ‘꼬리 자르기’식 태도를 보이면서, 시 정부가 무슬림에 적대적이란 소문이 퍼졌다. 여기서 싹튼 두 집단 간의 불신이 갈수록 고착화했다.
‘뭄바이 우화’를 쓴 인도의 유명 작가 기안 프라카시는 10여년 전 “정치인과 건축업자, 범죄자, 힌두 군부, 무슬림 조직 보스 등이 꾸며낸 음모가 뭄바이를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탄식한 바 있는데, 지금도 바뀐 게 거의 없다는 게 비스와스의 진단이다. 심각한 양극화와 부패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극히 일부의 부유층은 “한 발은 뉴욕에, 다른 한 발은 뭄바이에” 걸치고 호화생활을 하지만, 대다수는 열악한 슬럼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아예 길거리에서 사는 극빈층도 수백만명에 이른다.
2015년에는 뭄바이 인구가 2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뭄바이의 도시 환경과 치안 시스템은 이처럼 급속한 도시 팽창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괴한들이 유명 사건기자를 총으로 살해한 뒤 주검을 오토바이로 끌고 다니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사자 부인들을 위한 아파트는 정치인과 퇴직군인들에게 특혜분양되는 등 부패도 만연해 있다.
뭄바이의 유명 향토사가인 수케투 메타는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게 뭄바이는 부정한 돈, 신에 대한 불경한 꿈, 무분별한 개방을 대표하는 곳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스와스는 “인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도 취약한 도시인 뭄바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며 “부유한 맨해튼, 1920년대 무법천지의 시카고, 악명 높은 고담(미국 영화 ‘배트맨’의 무대인 음습한 가상도시)이 뒤섞인 이미지”라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 발생 직후 성명을 내 “테러행위는 동기가 어떠하든 범죄행위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뭄바이의 유명 향토사가인 수케투 메타는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게 뭄바이는 부정한 돈, 신에 대한 불경한 꿈, 무분별한 개방을 대표하는 곳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스와스는 “인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도 취약한 도시인 뭄바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며 “부유한 맨해튼, 1920년대 무법천지의 시카고, 악명 높은 고담(미국 영화 ‘배트맨’의 무대인 음습한 가상도시)이 뒤섞인 이미지”라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 발생 직후 성명을 내 “테러행위는 동기가 어떠하든 범죄행위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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