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삼엄’ 수도 고급호텔서 터져…탈레반 소행 주장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고급 호텔에서 28일 밤 자살폭탄 테러범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뜨려 최소 10명이 숨졌다. 당장 새달 시작되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 개시를 앞두고 아프간의 심장부에서 치안 불안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켓추진총류탄(RPG)과 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괴한 8명이 28일 밤 10시께 카불의 인터콘티넨털 호텔을 습격해 아프간 군경과 5시간에 걸친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가 모두 제압됐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현지 통신원이 전했다. 그중 3명은 자살폭탄 벨트를 터뜨렸다.
세디크 세디키 아프간 내무장관 대변인은 29일 “진압작전은 종료됐다”며 “테러범 8명 전원과 경찰관 2명 등 1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들은 호텔 직원과 투숙객 등이 다수 숨졌다고 전했으나, 민간인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교전은 호텔 곳곳에서 총탄이 빗발치고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으며 아프간 주둔 나토군의 무장 헬기 2대까지 출동해 호텔 옥상을 점거한 테러범 3명을 사살했을 만큼 격렬했다.
아프간 탈레반의 자비울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29일 카불 주재 외신들에 전화를 걸어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인터콘티넨털 호텔은 접근로에 여러 개의 검문소가 있으며 보안이 삼엄해, 서방 외교관과 아프간 정부 관리들이 자주 이용한다. 29~30일에는 아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이 호텔에서 나토로부터 치안권 인수 절차와 향후 치안대책 등을 논의하는 이틀 일정의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테러범들도 이들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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