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방글라데시 남성
물도 음식도 없이 버텨
물도 음식도 없이 버텨
화물 컨테이너가 열리자마자, 넋이 나간 남성이 미친 듯 뛰쳐나왔다. 컨테이너 안에선 주검 썩는 내가 진동했다.
방글라데시의 한 남성이 화물컨테이너 안에 3주 동안 갇혀있다 구조됐다고 싱가포르 영자지 <스트레이트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기적의 주인공은 방글라데시의 부두노동자 딘 이슬람(30). 그는 지난 10일 싱가포르의 항구도시 파시르 판종의 한 터미널에서 트레일러 운전사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곁에는 동료로 보이는 한 남성의 주검이 있었고, 이 주검은 이미 부패가 시작된 상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싱가포르 경찰의 조사 결과, 딘과 그의 죽은 동료는 지난달 21일 방글라데시 남부 치타공 부두에서 청소일을 끝마치고 잠시 낮잠을 자기 위해 빈 컨테이너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딘은 경찰 조사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주변은 온통 어두웠고, 컨테이너 문은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누구도 수천개의 화물 컨테이너 속에 묻힌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은 컨테이너에 갇힌 채 배에 실려 지난달 26일께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이후 2주 넘도록 화물 적치장에 방치된 채 발견되지 못했다.
컨테이너에 갇힐 당시 그들이 지닌 것은 담배 한 갑뿐이었다. 먹을 것은커녕 마실 물도 없었다. 딘은 “같이 있던 동료는 컨테이너 안에 갇힌 채 며칠 만에 목숨을 잃었다”며 “너무 무서워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울면서 신에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탈수증을 보였던 그는 현재 알렉산드라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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