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95.5% 득표 ‘당선’…부정 선거 의혹
아랍 혁명의 바람, 아시아의 벽 못 넘나
아랍세계를 뒤흔들고 있는‘재스민 혁명’의 기운도 아시아의 장기독재 국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치러진 조기대선의 중간개표 결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70) 후보가 95.5% 득표율로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4일 밝혔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나머지 후보 3명 모두 2%의 득표율을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불공정·부정 선거 시비가 거세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실시한 초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20년 넘게 권좌를 유지해온 나자르바예프는 이날 당선이 확정되자 “이것은 우리 모두의 승리”라며 “다시 한번 전세계에 카자흐스탄이 지구촌의 존경을 받는 성장하는 젊은 나라임을 보여줬다”고 자축했다.
나자르바예프는 집권 초기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핵무기를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서방 쪽의 인정을 받았다. 동시에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통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8.5%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카자흐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야당과 인권단체들로부터 족벌 통치와 부정부패,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초 나자르바예프는 2020년까지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치자, 임기를 2년 앞둔 상태에서 조기 대선을 추진했다. 이미 국회가 2007년 5월 헌법을 개정해 나자르바예프에 한해 원하는 대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영구 집권의 길도 터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주요 야당 정치인들은 이번 선거가 ‘사기극’이라며 대선에 불참했다. 그나마 대선에 출마한 후보 3명은 나자르바예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특히 한 후보는 아예 나자르바예프를 찍었다고 공개선언하는 등 민주적 선거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선거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장 선거감시기구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번 선거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 투명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생들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퇴학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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