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슈웨 의장, 민간정부에 형식적 권력 이양
20년 동안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로 군림해온 탄 슈웨(78)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이하 평의회) 의장이 모든 권력을 민간정부에 넘겨주고 퇴임했다.
익명을 요구한 평의회의 한 고위관리는 4일 “탄 슈웨 의장과 마웅 아예 부의장이 지난달 30일 권력을 새 정부에 넘겨준 뒤 은퇴했으며,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이 관리는 “두 사람은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탄 슈웨는 지난달 30일 테인 세인 대통령의 취임식 날 “이제 평의회는 해체되고 모든 권력이 민간정부로 넘어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테인 세인도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의원에 당선한 뒤 지난 2월 대통령으로 선출된 군인 출신이다.
미얀마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규율 잡힌 민주주의를 향한 7단계 로드맵’의 일정에 따라 20년 만의 총선을 치렀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군복을 벗은 군부통치의 연장”이라며 총선 참여를 거부하고 야권 후보들도 거의 후보를 내지 못한 가운데 군부 세력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예정된 압승을 거뒀다.
탄 슈웨의 퇴진은 1988년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의 신군부 1세대가 형식적으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음을 뜻한다. 그러나 탄 슈웨는 앞으로도 한동안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한 관리는 “그들이 은퇴했음에도 정부가 요청하면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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