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본격화
기름 못구해 자포자기도
인근현 피난민 수용대비
도쿄서도 생필품 사재기
기름 못구해 자포자기도
인근현 피난민 수용대비
도쿄서도 생필품 사재기
[일본 동북부 대지진]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과 화재가 이어지면서 ‘방사능 공포’가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민 소개 지역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에서 30㎞로 확대한 다음날인 16일 오전, 후쿠시마 원전 반대방향인 4번국도는 후쿠시마현을 벗어나려는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후쿠시마 쪽으로 향하는 도로가 뻥 뚫린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대부분 아이들이나 노부모와 함께 길을 재촉했다. 차 안에는 커다란 짐보따리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국도 주변에 있는 주유소에는 이동 도중 연료가 떨어진 뒤 기름을 구하지 못한 듯한 차량들이 수백미터씩 줄지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원전에서 반경 150㎞ 이상 떨어진 센다이 지역에서도 더 안전한 곳으로 가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태평양 연안과 맞닿은 고리야마 원전에서 내륙 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니가타현으로 가는 버스를 이곳에서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사람들도 마음은 이미 떠났다. 후쿠시마현 니혼마쓰 제2체육관 피난소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난 한 피난민은 “떠나고 싶지만 갈 방법이 없다. 차가 있으면 뭐하냐, 기름이 없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기름만 구할 수 있다면 곧 떠날 것”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면서 야마가타현·도치기현 등 인근 현들은 피난민 수용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야마가타현은 대피소 28곳을 마련하고, 피난민들을 이곳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이미 16곳에 피난민 1000여명이 몰려든 상태다. 이바라키현도 가스미가우라 종합공원 등 현 소유 시설 13곳에 3300명, 교육연수센터 등 교육 시설 7곳에 2600명을 대피시켰다.
방사능 공포가 높아지면서 방사성 물질 노출 여부를 검사하길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시 소재 아이즈대학 검진소엔 15일에만 방사성 물질 노출 검사를 해달라고 2500여명이 몰려왔다. 검사 대상은 후쿠시마 원전 주변 주민들로 한정됐지만, 아이즈와카마쓰시 등 원전에서 비교적 먼 지역에서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돌아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비교적 의연하게 대처해왔던 도쿄 시민들도 들썩이고 있다. 시민들은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쿄 등 수도권까지 날아왔다는 소식에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하네다 공항이나 신칸센 탑승장이 있는 시나가와역으로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슈퍼마켓 등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에는 어디든 긴 줄이 이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도쿄 시민들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물과 라면, 쌀 등의 생필품을 비롯해, 구급상자 같은 비상사태 대비 물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재기를 할 경우 진짜 필요한 지역에 긴급식량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정부의 호소도 큰 힘을 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부인 가와세 마리코(34)는 “방사성 물질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텐데 (살 수 있을 때) 사둬야 한다”며 물과 쌀, 고기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후쿠시마/홍석재 기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슈퍼마켓 등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에는 어디든 긴 줄이 이어졌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도쿄 시민들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물과 라면, 쌀 등의 생필품을 비롯해, 구급상자 같은 비상사태 대비 물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재기를 할 경우 진짜 필요한 지역에 긴급식량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정부의 호소도 큰 힘을 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부인 가와세 마리코(34)는 “방사성 물질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텐데 (살 수 있을 때) 사둬야 한다”며 물과 쌀, 고기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후쿠시마/홍석재 기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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