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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의원 1100여명 조사 지시
‘대졸 이상’ 공직 출마자격 때문
‘대졸 이상’ 공직 출마자격 때문
파키스탄 정치권이 정치인들의 학력 위조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29일 <에이피>(AP)통신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 대법원은 선거에 당선된 1100여명의 연방의원과 지방의원 전원의 진짜 학력에 대한 조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지시했다. 일부 의원들에 대해 제기됐던 위조학력 의혹이 확대돼 전체 의원의 10% 이상인 160여명의 의원들이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사태로 번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02년 당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선출직 공직자들의 자질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출마자에게 대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법률을 제정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2008년 4월 ‘비민주적’인 이 법의 효력을 중지시켰다. 그러나 그보다 두달 전 실시된 총선 때는 이 법이 유효했기 때문에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출마를 위해 위조된 학력증명이라도 제출해야 했다. 대표적인 위조학력은 학사자격증과 동격으로 여겨지는 이슬람신학교의 졸업장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실체를 확인할 수도 없는 유령대학의 학사, 석사, 박사 학위증을 제출하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의 위조학력이 문제가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사면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치권의 부패와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이 될 사면법 제정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집권여당인 파키스탄인민당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니 대표는 런던 비지니스스쿨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증빙서류를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회의원 출마에 학력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칠레와 나이지리아, 타지키스탄 등 7개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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