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는 무정부 상태”…우즈베크계 거주지 공격 예고
중앙아시아의 빈국 키르기스스탄에서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소요사태가 자칫 ‘민족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난민들이 몰려들며 우즈베키스탄은 14일 국경을 닫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발생지인 인구 25만명의 제2의 도시 오시는 과도정부의 비상사태와 24시간 통행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총기와 도끼·쇠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장악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들어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13일 전했다. 북쪽으로 70여㎞ 떨어진 잘랄라바드에는 무장한 키르기스계 청년들이 인근 우즈베크계 집단거주지를 공격하기 위해 집결하는 등 사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과도정부 보건부는 지난 닷새 동안 117명이 숨지고 15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나 실제 희생자 수는 몇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키르기스 내 잘라힛딘 잘릴랏디노프 우즈베크국민센터장은 “지금까지 최소 200명의 우즈베크인이 사망했고 우즈베키스탄 국경지대의 난민만 10만여명”이라고 주장했다.
난민들은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들인데, 14일 압둘라 아리포프 우즈베키스탄 부총리는 “이미 등록된 난민만 4만5000명으로 국제사회의 원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더이상 난민들을 수용할 능력이 없다며 이날 국경차단 방침을 밝혔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끊이지 않던 양쪽의 갈등은 지난 10일 양쪽 젊은이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충돌하면서 다시 폭발했고, 우즈베크인이 키르기스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14일 평화유지군 파병 여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사태 확산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이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긴급 검토에 들어갔다”며 키르기스인들의 자제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촉구했다. 이슬람회의기구(OIC), 유럽연합(EU) 등도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고, 국제앰네스티는 주변국들한테 난민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국경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는 잔류를 희망한 4명을 제외하고 오시에 거주하는 교민 74명을 전세기를 이용해 수도 비슈케크로 소개했다고 이날 밝혔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