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학자들 첫 역사공동연구 보고서
난징대학살 희생자 규모는 의견 달라 병기
난징대학살 희생자 규모는 의견 달라 병기
중국과 일본 두 나라 학자들이 처음으로 실시한 역사 공동연구에서 일본 쪽이 중-일 전쟁 당시 일본의 침략으로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사실과 가해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난징 대학살의 희생자 규모 등 근대사의 많은 부분에서 양쪽은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보고서에 각각의 의견을 병기하는 데 그쳤다.
지난 31일 발표된 보고서에서 두 나라 학자들은 중일전쟁(1937~1945)에 대해 “피해를 받은 중국 민중에게 일본의 침략 경험은 심각하다”고 공통 견해를 서술했다. 일본 쪽은 중일전쟁에 대한 일본의 견해 항목에서도 “중국의 비전투원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일본군의 위법행위는 전후 일-중 두 나라의 새로운 관계 구축에 장애가 됐다”고 서술했다. 이 부분을 담당한 일본 쪽 연구자는 “전쟁터가 된 중국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원인의 대부분은 일본 쪽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본 쪽의 가해자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도쿄신문>이 1일 전했다. 2008년 11월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논문을 발표해 파문을 빚은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 등 우파들의 주장과 명백히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쪽은 “군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이다. 두 번 다시없는 참화를 가져왔지만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인민은 단결해서 항전해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고 서술했다.
난징대학살의 희생자 규모에 대해서는 중국 쪽이 “30만명 이상”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일본 쪽은 “20만명을 상한으로 4만명, 또는 2만명 등의 추계가 있다”며 중국 쪽의 주장에 맞섰다. 그러나 일본 쪽도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일본군에 의한 학살과 강간이 잇따랐다”고 인정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본 학자들도 중일전쟁을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으로 규정해 일본 우익들의 사관을 반박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이번 발표를 전했다. 장하이펑 중국사학회 회장은 1일 관영 <환구시보>에 “일본 학자들이 난징대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는 일본 우익학자들의 관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후지오카 노부카쓰 다쿠쇼쿠 대학교수 등 일본의 우파학자들은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를 무시한 정치논문” “우호사관으로 대립을 회피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고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역사 공동 연구는 2006년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잇단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빚어진 두 나라 갈등의 타개책으로 중국 쪽에 제시해 이뤄졌다.
도쿄 베이징/김도형 박민희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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