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여곳 재검표, 확정 안돼
아프가니스탄 대선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결선투표가 필요 없는 과반득표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IEC)는 16일 대선 개표를 마감한 결과 카르자이가 54.6%(309만3356표), 2위인 압둘라 압둘라 후보가 27.8%(157만1581표)를 얻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에 591만8741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투표율 38.7%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프간 선관위의 발표가 있기 직전, 유럽연합(EU)의 선거감시단은 전체 투표수의 4분의 1에 이르는 150만표 이상의 부정선거 의심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중 110만여 표가 카르자이, 30만 표는 압둘라의 것이다.
카르자이는 17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이 진실하고 공정했다, 일부 불법행위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투표는 정당했다”며 자신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또 “아프간 국민들의 선거를 불법화하려는 시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서방의 부정선거 시비와 결선투표 및 선거무효화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아프간 선관위는 현재 일부 투표소의 선거사무 감사 및 재검표가 진행중인 만큼 카르자이의 당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우드 알리 나자피 선관위원장은 “전체 투표소 2만6500곳 중 2519개 투표소가 재검표 대상”이라고 밝혔다. 유엔이 지정한 위원들로 구성된 선거불만위원회(ECC)도 지난 주 개표 과정에서 파슈툰 지역의 일부 투표소에 대해 재검표를 지시하고 83개 투표소 용지를 무효표로 처리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선거불복 시비와 권력공백에 따른 대혼란도 우려된다. 미국의 아프팍 안정화와 명예로운 탈출 구상은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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