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아프간선관위 447곳 부정선거 무효화
지난달 20일 대선을 치른 아프가니스탄이 부정선거 시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아프간 전역에서 서류상으로만 있는 가공의 투표소 800여 곳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지지표가 쏟아져나왔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 서방 외교관들과 아프간 고위 관리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앞서 6일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447곳에서 이뤄진 투표가 부정선거에 해당한다며 무효화를 선언했다. 다우드 알리 나자피 선관위 부위원장은 “얼마나 많은 표가 부정선거의 영향을 받았는지 불분명하다”며, 부정투표의 자세한 유형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 대선을 지켜본 서방의 한 외교관은 “선거 당일에 최소 15%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곳에서조차 수천표씩의 카르자이 표가 집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일부 지역에선 카르자이의 득표수가 실제 투표자 수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정선거의 대부분은 카르자이의 동족이자 탈레반의 주축인 아프간 동남부 파슈툰족 지역에서 벌어졌다. 카르자이의 출신지인 칸다하르에서는 중간개표 결과 카르자이가 이미 35만표를 확보했으나, 실제 투표자는 2만5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선거본부 대변인 와히드 오마르는 6일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야권 후보들이 카르자이의 부정선거 의혹만을 과장해 문제삼음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아프간 대선의 부정선거 시비에 대해 아직까진 공식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통해 아프간 정부의 자치력과 민간 인프라를 강화하고 탈레반을 무력화하려던 미국의 의도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공식 논평이 없는 것이 이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방의 한 다른 외교관은 향후 4~5일이 아프간 대선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현재 아프간 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투표의 4분의 3이 개표된 가운데 카르자이가 48.6%, 2위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 31.7%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