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서변경주 페샤와르의 한 주민이 28일 탈레반의 폭탄테러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다. 페샤와르/AP 연합
탈레반 보복성 폭탄테러 잇따라…정부군 무차별 공격에 주민 반감도
파키스탄 정부군의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전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탈레반 무장세력의 자살폭탄 테러가 잇따르고, 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스와트 계곡 주민들의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
탈레반 세력의 본거지인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에서는 28일 하루에만 3건의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북서변경주 주도인 페샤와르에서는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 2대가 수 초 간격으로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으로 돌진했다. 주위는 순식간에 화약연기와 파편, 부서진 건물 잔해와 핏자국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로부터 30분이 채 안돼 페샤와르 외곽에서는 폭탄차량이 경찰검문소를 덮쳤다. 또 잠시 뒤에는 페샤와르 남쪽의 다른 도시에서 폭탄을 실은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가 경찰 검문소로 돌진해 사상자를 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펀자브주의 주도인 라호르에서 차량을 이용한 강력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35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국(ISI)와 경찰서를 겨냥한 이 폭탄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미국과 결탁한 파키스탄 정부의 탈레반 소탕전에 대한 보복으로 더 많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달 초 탈레반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파상공세를 펼치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사실상 응전을 포기했던 탈레반이 벼랑끝 전술로 ‘피의 보복’에 나선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북서변경주 스와트, 디르, 부네르 일대에서 한달 가까이 지속된 소탕전으로 지금까지 1200여명의 탈레반 무장대원을 사살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간인들의 안전과 피난길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군의 무차별 공세는 주민들의 분노와 반감을 키우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군이 최근 탈레반을 몰아낸 부네르주의 술탄와스에서는 F-16전투기와 헬리콥터, 탱크와 대포를 동원해 민가와 상점, 심지어 모스크까지 파괴해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아이들의 신발과 가재도구가 나뒹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주민인 세르 왈리 칸은 “탈레반은 불쌍한 민중을 해치지 않는데, 정부군이 모든 걸 파괴해버렸다. 그들은 우리를 적과 똑같이 취급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키스탄 정부군 지휘관들은 이같은 견벽청야식 쓸어내기 전술이 탈레반 무장세력을 사살하기 위해 필요한 작전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난길에서 돌아온 주민들은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마을 입구에는 불에 탄 정부군 탱크가 방치돼 있으며, 마을 주민들은 대다수 탈레반이 스와트 계곡의 산 쪽으로 후퇴했다고 말한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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