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새벽 작전개시…소총 공중발사 최루탄 진압
시위대 시내 23곳 군·경과 대치…열차운행 중단
총리 “사임 없을 것”…국왕 의중 사태해결 변수
시위대 시내 23곳 군·경과 대치…열차운행 중단
총리 “사임 없을 것”…국왕 의중 사태해결 변수
타이의 최대 명절인 송크란 신년축제의 첫날은 축포 대신 총성으로 시작됐다.
타이군은 연휴 첫날인 13일 새벽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전격적인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존왕파인 민주주의민중연대(PAD) 세력과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UDD)이 일진일퇴의 시위를 벌였을 때도 군은 외관상 중립을 유지했다. 그러던 군이 결국 직접 진압작전에 나선 것이어서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 격렬한 충돌
타이군 병사들은 이날 새벽 진압작전을 시작해 시위대의 위쪽으로 총탄을 쏘고,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에 나섰다. 약 12시간에 걸쳐 시위대와 전투경찰은 격렬하게 충돌했으며, 병사들은 시위대를 잡기 위해 추격전을 벌였다.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은 진압에 맞서 정부청사를 중심으로 시내 주요도로의 길목 23여곳에서 버스 등으로 차단벽을 쌓고 군경과 대치했다. 이들의 시위로 방콕 시내로 들어오는 모든 열차는 외곽에서 운행이 차단됐다. 군과 시위대가 최초로 충돌했던 딘댕 교차로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가스를 실은 트럭을 인근 주택가에 주차해놓고 군이 강제진압에 나서면 이를 터뜨리겠다고 위협했다. 현지 경찰은 약 3만여명의 시위대가 방콕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녁 무렵이 되면서 대부분의 시위대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위를 벌여온 총리 집무실 근처로 후퇴했다. 이날 저녁 일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교육부 청사가 불길에 휩싸였다.
■ 군부의 개입
군 대변인은 “군은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일부 시위대가 군을 향해 버스를 돌진시키려 하면서 협상이 깨졌다”며 ‘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여러 명이 숨졌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친정부 성향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군은 공포탄을 이용해 공중에 경고사격을 했으며, 군을 동행취재한 기자와 카메라맨들이 그 증인”이라고 강조했다. 송끼띠 차까밧 군 최고사령관도 핵심 교통거점들을 탈환하는 작전은 모든 민주주의적 원칙을 존중하며 수행했다고 말했다. 타이 군부는 2006년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전 총리를 쫓아낸 주역이었다. 군부는 탁신이 쫓겨난 뒤에도 탁신 계열의 정당들이 선거에 이겨 집권하자 반탁신파의 시위를 방조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홍구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그 결과로 지난해 12월 현 아피싯 정권이 탄생했는데, 이제 와 군부가 아피싯 내각을 내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군부는 그동안 의도적 무능을 저질렀지만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상황에서 앞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쿠데타 가능성은 낮아 수도권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아피싯 총리는 이날 “‘붉은 셔츠’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해 사임하거나 의회를 해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유언비어가 돌고 있지만 정부는 굳건하다”고 말했다. 파니탄 와타나야콘 정부 대변인도 “타이 상황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수시간 안에 주요 항구와 국제공항, 주요 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가지 치안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타이 정부로서는 강제진압 뒤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한다. 반정부 시위대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피싯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 아피싯 총리는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지만, 군부도 현 정부와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쿠데타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앞서 탁신 전 총리는 12일 밤 정부청사 앞 농성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터넷 화상전화를 걸어 ‘시민혁명’을 독려하며 복귀를 장담했다. 지금으로선 푸미폰 국왕의 의중과 시간의 경과가 가장 큰 변수인지도 모른다. 조일준 조기원 기자 iljun@hani.co.kr
군 대변인은 “군은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일부 시위대가 군을 향해 버스를 돌진시키려 하면서 협상이 깨졌다”며 ‘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여러 명이 숨졌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친정부 성향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군은 공포탄을 이용해 공중에 경고사격을 했으며, 군을 동행취재한 기자와 카메라맨들이 그 증인”이라고 강조했다. 송끼띠 차까밧 군 최고사령관도 핵심 교통거점들을 탈환하는 작전은 모든 민주주의적 원칙을 존중하며 수행했다고 말했다. 타이 군부는 2006년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전 총리를 쫓아낸 주역이었다. 군부는 탁신이 쫓겨난 뒤에도 탁신 계열의 정당들이 선거에 이겨 집권하자 반탁신파의 시위를 방조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홍구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그 결과로 지난해 12월 현 아피싯 정권이 탄생했는데, 이제 와 군부가 아피싯 내각을 내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군부는 그동안 의도적 무능을 저질렀지만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상황에서 앞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쿠데타 가능성은 낮아 수도권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아피싯 총리는 이날 “‘붉은 셔츠’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해 사임하거나 의회를 해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유언비어가 돌고 있지만 정부는 굳건하다”고 말했다. 파니탄 와타나야콘 정부 대변인도 “타이 상황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수시간 안에 주요 항구와 국제공항, 주요 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가지 치안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타이 정부로서는 강제진압 뒤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한다. 반정부 시위대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피싯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현 아피싯 총리는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지만, 군부도 현 정부와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쿠데타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앞서 탁신 전 총리는 12일 밤 정부청사 앞 농성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터넷 화상전화를 걸어 ‘시민혁명’을 독려하며 복귀를 장담했다. 지금으로선 푸미폰 국왕의 의중과 시간의 경과가 가장 큰 변수인지도 모른다. 조일준 조기원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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