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싯 웻차치와(44·사진)
반탁신세력, 정권교체 7년만에
타이 민주당의 아피싯 웻차치와(44·사진) 대표가 27대 총리에 당선됐다. 최근 공항 점거 등을 시도했던 민주주의민중연대(PAD)의 지지를 얻는 민주당이 정권을 주도하게 된 것은 2001년 타이락타이당(TRT)을 이끈 탁신 친나왓 전 총리에 패배한 지 7년 6개월 만이다.
15일 오전 9시30분 총리 선출을 위해 소집된 하원은 235대 198로 아피싯 총재를 총리로 선출했다고 현지 일간 <네이션> 온라인판이 보도했다. 그와 경쟁했던 프라차 프롬녹 푸에아타이당(피플파워당의 후신) 대표는 11시께 아피싯 총재와 악수를 나누며 패배를 시인했다. 입법 기능이 제한적인 타이 상원은 사실상 명예직으로, 하원에서 다수 표를 얻은 아피싯은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재가를 받아 총리직에 취임하게 된다.
잘 생긴 외모로 국민 다수에게 호평을 받는 아피싯은 전형적인 상류층 엘리트다. 그의 부모는 둘 다 의대 교수였고, 아피싯은 영국에서 태어나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석사까지 공부했다. 정치·철학·경제(PPE)을 전공한 그는 타이의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두 명의 누이는 각각 아동심리학 교수와 유명작가다. 아피싯의 아내는 한때 치과의사였으나 전공을 바꿔 지금은 쭐라롱콘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1992년 27살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한 아피싯은 꾸준히 ‘깨끗한 정치인’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는 2001년부터 당 대표에 도전한 끝에 2005년 야당 대표에 올랐고, 3년 만에 총리를 맡게 됐다. 그의 지지층은 수도 방콕의 중산층과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남부 지역이다. 도시 빈민·노동자층과 농민층이 기반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는 정반대이다.
이날 국회 밖에서는 탁신을 지지하는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UDD) ‘레드셔츠’ 시위대 200여명이 의사당 출입로를 가로막고 돌을 던지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아피싯 대표의 총리 선출이 사실상 군부의 도움을 얻은 ‘조용한 혁명’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몰아냈던 군부 쿠데타에 대해 민주당이 사실상 지지를 보인 탓에, 아피싯에게도 ‘친 군부’의 꼬리표가 붙은 셈이다.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