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반정부 시위대의 핵심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짬롱 시무앙(왼쪽 두번째) 민주주의민중연대(PAD) 공동대표가 3일 방콕에서 수완나품 국제공항 점거를 푼다는 문서를 타이 공항당국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방콕/AFP 연합
도덕 우위로 반부패 ‘깃발’…군 쿠데타 옹호 전력 비판도
타이 헌재가 집권당인 피플파워당 해산을 명령함으로써 반정부시위대는 점거했던 정부청사와 공항을 떠났지만,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정부청사와 공항들을 점거했던 민주주의민중연대(PAD) 주도 반정부시위대의 행보는 여전히 관심거리다. 반정부시위대는 2일 정부청사 철수를 선언한 데 이어, 공항에서도 3일 오전 모두 농성을 풀고 청소를 한 뒤 삼삼오오 차량을 타고 떠나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민주주의민중연대 공동대표인 짬롱 시무앙(73) 전 방콕시장은 공항에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초상화 앞에서 공항 당국 대표와 끌어안고 악수를 나누며 ‘화해’했다.
‘청백리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짬롱 전 시장은 지극히 검소하게 살면서 노점상, 청소부 등 저소득 소외계층 지원으로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그는 이번 시위 정국에서는, 인구 60%를 차지하는 농민층과 도시 빈민층의 지지를 받는 피플파워당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욕과 채식 등을 내세워 극단적 불교주의 성향을 띠는 짬롱에게, 부패 혐의를 받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견디지 못할 지도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탁신은 결국 짬롱이 정계에 입문시킨 사실상 정치적 ‘제자’였음에도, 2006년 짬롱이 주도적으로 참가한 축출 시위로 물러났다.
짬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쭐랄롱꼰대 정치학부 짜이 웅빠콘 교수는 2일 <한겨레>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여성 낙태권을 반대하며, 한때 군부 독재에 반대했다가 현재는 적극 지지로 돌아선 반동적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006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몰아낸 쿠데타 당시, 군인 출신인 짬롱은 쿠데타 세력을 옹호했다. 그는 가난한 하녀의 아들로 태어나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정치 군인’들에 힘입어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주의민중연대에는 흔히 존왕기득권 세력으로 평가되지만, 짬롱 같은 도덕주의자와 과거 좌파 운동권 세력도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을 가진 조직이다. 이들을 ‘적황동맹’이라고 부르는 호칭에서 보듯이, 공기업노조 등 노동자 세력과 인권운동 세력 및 이를 뒷받침하는 지식인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들 좌파 진영의 지도부는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존왕기득권 세력과의 연대에 대해 “왕의 이미지를 이용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빈민층과 농민을 위한 탁신의 ‘30밧 의료정책’ 등 사회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폄하하면서, 반대 진영 지식인들의 비난을 받는다.
오는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81번째 생일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당분간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 의회는 오는 8~9일 예정된 임시 회기에서 차기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션>이 일부 탁신 계열 인사들이 등용될 가능성을 점쳐 반정부 진영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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