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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테러 배후’ 의심에 파키스탄 ‘발끈’

등록 2008-12-01 18:41수정 2008-12-02 02:07

아프간 국경서 병력철수 경고
미국, 대테러 전선 차질 우려
파키스탄이 인도 뭄바이 테러공격의 배후로 지목되자, ‘테러와의 전쟁’을 사보타주할 태세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파키스탄이 ‘테러와의 전쟁’에 더 나서도록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뜻밖의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은 지난 29일, 뭄바이 테러를 빌미로 인도의 위협을 받으면 아프간 서부 국경에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배치한 병력을 전원 철수해 인도와의 ‘원치 않는 분쟁’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군의 대테러 작전은 아프간 국경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무장세력을 토벌하려는 나토군의 병참 확보에 필수적이다.

파키스탄 라호르 대학의 라술 바크쉬 라이스 정치학 교수는 1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발표는 인도가 비극적 테러를 국경 분쟁의 구실로 삼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이 이슬람 무장세력과 인도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인도와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파키스탄 평화연구소의 아미르 라나는 “최근 인도에서 벌어진 수 차례의 테러사건 때도 파키스탄이 비난의 표적이 됐으나, 수사 결과 인도 내 무슬림이거나 힌두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었다”며 “이런 비난은 양국간 협력을 방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악의 국내외 상황 때문이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지난 9월 대선에서 부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후광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친미·부패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해 정통성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세 권력기반도 취약하다. 경제는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다.

아프간과의 국경지대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를 겨냥한 미군의 잦은 월경 공격으로 자국 민간인 사상이 잇따르면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제대로 풀리는 일이라곤 없는 상황에서 테러 배후 세력이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아 ‘폭발 직전’이다.

미국은 아프간에서의 대테러 전략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의 법률보좌관이었던 래니 데이비스 변호사는 1일 <워싱턴 타임스> 기고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무엇보다도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핵대결 방지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위해 미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밝혔다.

‘테러와의 전쟁’의 중심무대를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옮길 예정인 오바마 신임 행정부로서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파키스탄을 압박하면서도, 완전히 이탈하지 않도록 다독거려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첫 외교과제 중의 하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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